■ 영광의 배호가요제 수상자 인터뷰

제2의 배호가수 탄생 산실

지난 4일 장충단 공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제9회 장충단 배호 가요제가 2천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배호 가요제는 심금 울리는 노래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배호의 음악예술을 기리고 실력이 출중한 신인 가수를 등용하기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번 가요제에는 배호와 거의 같은 창법의 제2의 배호(김동환씨)가 탄생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음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상한 영광의 얼굴들.

 

"특색 있는 나만의 '앨범' 만들고 싶어"

 

■ 대상 / 이 유 나

 

 아직 어린 티를 채 벗지 못한 16살의 앳된 소녀 이유나(16ㆍ울산시 동구 동부동)양은 이번 배호 가요제에서 탁월한 음색으로 노사연의 '돌고 돌아가는 길'을 소화해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을 매료시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음악 전문가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나양의 노래 실력의 배경에는 어려서부터 키워온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꿈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5년여간 국악을 배우면서, 소리에 관심을 갖게 돼 음악의 매력에 도취됐다는 이양은 특색 있는 나만의 앨범을 만들어 많은 사람과 자신의 음악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서는 훌륭한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용음악분야의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란다.

 

 현재 음악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작곡 및 악기, 창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똘똘한 예비 음악가 이유나양.

 

 배호 가요제에서 대상 수상자에 호명됐을 때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고.

 이양은 배호 가요제 외에도 안동 아가페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가요제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수 배호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야 주위 분들을 통해 알게 됐다는 꿈 많고 생기 넘치는 이 양은 "가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데에는 뒤에서 적극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의 지원과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 하나 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작은 체구에서 발산해 내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생동감 넘치는 몸짓으로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은 이유나양. 한국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을 자질과 끼를 겸비한 배호 가요제 대상 수상자 이유나양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제2의 배호가수로 살고 싶어요"

 

■ 모창상 / 김 동 환

 

 평소 불세출의 가수 배호를 존경하고, 그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김동환(46ㆍ광명시 소하1동)씨는 이번 배호 가요제에서 배호의 '0시의 이별'을 애절하게 불러 숨겨진 끼를 유감 없이 발휘, 모창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관객들로 하여금 흡사 가수 배호가 무대에 다시 선 게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만큼 열창의 무대를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평소 존경하던 가수 배호를 기리는 가요제에서 공식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한 그는 기회가 닿으면 음반을 발매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를 인정해준 배호 가요제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배호 가요제가 지금 개최되고 있는 숱한 다른 가요제 중에서 으뜸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싶다는 얘기.

 

 김씨는 이렇듯 단순한 수상자로서의 변이 아닌, 가요제 자체에 대한 큰 애착을 보여줘 그가 갖고 있는 가수 배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짐작케 했다.

 

 그가 배호의 노래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학창 시절에 동네 전파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하셨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음악을 좋아했던 차에 우연히 전파상 한 켠에 꽂혀 있는 배호의 레코드판을 발견, 애환이 느껴지는 그의 노래에 감명을 받아 그 후 수백 번 수천 번을 반복해 듣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배호의 목소리가 그대로 스며들게 된 것 같단다.

 

 배호 사랑회 최종문 회장이 테이프 심사에서 가수 배호의 노래를 그대로 녹음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그의 감성과 내면의 세계까지도 닮은 김씨가 모창상을 수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 터.

 

 각 단체에서 주최한 노래 자랑과 도 대항 노래자랑 등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그의 활발한 음악 활동이 기대된다.

 

■ 금상 / 박진성

 

"음악은 삶의 활력이죠"

 

 국민가수 송대관의 '네 박자'를 신명나게 불러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덩실춤을 추게 만들었던 재치 만점의 박진성(32ㆍ종로구 내수동)씨가 배호 가요제 금상을 수상했다.

 

 체계적으로 노래 교육을 받은 적도, 그렇다고 뚜렷한 활동을 한 적도 없어 수상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다는 박씨는 기교보다는 노래의 느낌을 잘 살려 맛깔스럽고 친근하게 불러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가수로서의 장래성을 인정받는다면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는데 적극 투자, 음반을 발매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한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도전해 보고 싶다며 당당하게 의지를 밝혔다.

 

 현재 종사하고 있는 법률 계통 이외에 다른 직업이나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질 못했는데 배호 가요제 수상을 계기로 음악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우게 됐다는 얘기.

 

 평소 아버지께서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낀 장충단 공원' 등 배호의 노래를 즐겨 불러 불세출의 가수인 배호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는 그는 배호 가요제가 가요제의 취지를 잘 살리고 인재를 발굴하는데 주력해서 전국적인 대회로 명성을 날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재정적인 후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애정 어린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 은상 / 임은택

 

"라이브 가수가 꿈이죠"

 

 배호 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임은택(25ㆍ대구시 중구 동인4가)씨는 발라드 곡인 박효신의 '좋은 사람'을 감미롭고 애틋하게 소화해내 깊어 가는 여름날 관객들의 숨어 있던 감성을 살포시 끌어냈다.

 

 본선 무대에 서고 보니 긴장도 되고, 워낙 출중한 노래실력을 가진 경쟁자가 많아 수상생각은 꿈도 못 꿨다고. 특히 가요제 특성상 젊은 층의 관객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노래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박수도 많이 받고, 거기에 실력까지 인정받아 인생 최대의 날로 기억될 것 같단다.

 

 학창 시절에 교회를 다니면서 5년 동안 성가대 활동을 했다는 그는 대구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던 성가대 지휘자로부터 성악 개인지도를 받기도 했다. 노래 외에도 피아노ㆍ드럼 등 악기도 잘 다루는 만능 재주꾼.

 

 "라이브 카페 등에서 살아 있는 노래를 불러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꿈에 한발짝 다가서기 위해 경력을 쌓고 다양한 경험도 쌓고 싶어 배호 가요제에 신청하게 됐다"며 음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가요제 등에 참가해 경험도 쌓고, 인맥도 넓히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싶다며 넘치는 패기와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 동상 / 최주희

 

"가요제 통해 용기 얻어"

 

 "나는 낭만 고양이∼" 신세대의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를 시원스럽고 위풍당당하게 불러 열창의 무대를 선보이며 동상의 영광을 안은 최주희(21ㆍ광명시 철산1동)씨.

 

 보기만 해도 풋풋하고 신선한 젊음이 느껴지는 최주희씨는 대학을 다니며 교육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꿈 많은 학생이다.

 

 "음악을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 밴드부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가요제에 출전한 것은 처음"이라며 조금은 수줍은 모습을 보인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상을 받으니 그 기쁨이 두 배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중학생 시절엔 기타 학원을 다니면서 클래식 기타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밴드부 활동을 통해 학교 축제 때 노래 대회도 나가는 등 항상 음악을 곁에 두고 생활한 최씨지만 가수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건 이 가요제에 출전하면서부터라고.

 

 그동안 가요제 등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많았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도전하게 된 게 배호 가요제였단다.

 

 그의 용기가 결국 숨어 있던 최씨의 꿈을 다시금 일깨워준 셈.

 그는 "음악 공부도 하고 각종 가요제나 관련 대회에 참가해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 장려상 / 김용묵

 

"음악으로 봉사하고파"

 

 노래에 대한 애환과 열정을 담아 남인수의 '추억의 소야곡'을 열창한 김용묵(43ㆍ관악구 신림2동)씨가 배호 가요제 장려상의 주인공.

 

 가요제 출전을 앞두고 3일 밤을 꼬박 샜을 만큼 노래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김씨는 어려서부터 가수에 대한 꿈을 안고 전문 작곡가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았을 만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잠시 꿈을 접어야 했다. 음악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종사하며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생계를 꾸려왔지만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항상 꿈을 간직해 왔다고. 그는 "수십년 세월이 지나서야 배호 가요제를 통해 미련의 감정에 사무친 한을 풀게 됐다"며 "내가 가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위문 공연 등 사회 봉사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뒤늦은 시작이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배호 가요제와 같이 명분 있는 가요제에 출전, 기량을 키우면서 가수 배호처럼 사람의 심중을 파고드는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게 꿈이라는 김용묵씨. 아직도 꿈에 대한 열정만은 청춘 못지 않은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

 

■ 인기상 / 김석근

 

"복음가수의 길 걸을터"

 

 '천년바위'를 열창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 인기상을 수상한 김석근(51ㆍ송파구 잠실본동)씨는 클래식에서부터 찬송가, 대중가요까지 음악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즐겨듣는 애호가다.

 

 그는 "평소 음악을 듣고 부르는 걸 즐겨했을 뿐인데 내가 부른 노래를 듣고 주위에서 좋은 평을 해 주고, 거기에 상도 받으니 기뻤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음악은 그의 삶 구석구석에 묻어 있어 음악에 대한 김씨의 애정을 단순히 애호가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겨질 정도. 현재 한의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학창시절엔 합창반에서 활동하면서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세바스찬 음악 동호회 활동을 10년 이상이나 지속했던 경력도 있다니 그의 음악사랑을 알 법도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의 바람은 장기적으로 시간을 투자, 찬송가 공부를 해서 복음가수가 되는 거라고.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애절함이 베어있는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 공원'을 즐겨 불렀다는 그는 "배호 가요제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가요제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가요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특별상 / 선우 호

 

"한국대표음악 만들터"

 

 73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 배호 가요제의 상임 고문이자 한국 가곡 작사가 협회 이사, 21세기 한국교회음악연구협회 이사 등으로 한국 음악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선우 호(73ㆍ대전시 서구 내동)교수는 이날 가요제에도 참여해 배호의 '누가 울어'를 열창, 노익장을 과시하며 특별상을 차지했다.

 

 문학과 음악ㆍ무용 등 모든 예술을 사랑한다는 그는 배호 가요제 고문으로 있으면서 가요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나이를 불문하고 적극 동참하게 됐다고.

 

 현재 그가 작사한 가곡, 찬송가 등 수십 개의 음반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고, '가을에 드리는 기도'를 비롯 시집 10편을 발간하는 등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펴고 있다.

 

 이날 가요제에도 노래를 열창한 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몸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 혼신을 다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문학박사이자 신학박사로 미국 유일대학교 등에서 명예교수로 있는 선우 호 교수는 "이탈리아의 칸소네, 프랑스의 샹송과 같이 민족의 정서를 잘 담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