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회현동과 다산동을 ‘휴먼타운 2.0’ 후보지로 선정했습니다.
휴먼타운은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재정비하고,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신축과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시당국은 창의적인 디자인을 독려하며 규제 완화, 공사비와 대출이자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구 주민들은 휴먼타운을 통해 새 건물이 들어서고 더 많은 청년들이 중구에 터를 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품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30대 청년 중구 주민에게 이 지역은 일터와 주거지가 가까워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중구는 직주근접과 옛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주거지입니다.
청계천이 흐르는 사잇길, 능선을 따라 고즈넉한 고택이 이어지는 풍경, 사통팔달한 지하철로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직장들까지, 도심 속에서도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휴먼타운이 이 중구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례를 보면 우려가 생깁니다. 모아타운과 신통기획, 그리고 이번 휴먼타운 프로젝트까지, 이런 사업들은 지자체의 의지가 강하게 개입되는 경향이 큽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차이가 생기거나, 공공시설 건립 및 임대주택 확대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데이케어센터 건립 문제로 지자체와 1년 가까이 의견 충돌을 겪기도 했습니다. 중구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휴먼타운이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좌초할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구 공동체는 휴먼타운을 단순한 정비사업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 예로 을지로는 ‘힙지로’로 불리며, 인쇄소와 조명가게가 자리한 옛 골목에 개성 넘치는 편집샵, 독특한 맛집, 빈티지 소품 가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역 경제가 되살아났고, 청년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을지로의 새로운 모습을 즐기고 있습니다. 회현동과 다산동도 이러한 잠재력을 살려 와이너리, 공방, 편집샵, 재즈바 등 개성 있는 상점과 소규모 사업체가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단순한 주거지 개선을 넘어 중구의 경제적 활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청년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야 합니다. 중구는 경사로가 많으므로 노년층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열선을 설치하거나 맞춤형 경사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아울러 세수가 확보된다면 노년층을 위한 데이케어센터,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관과 소아야간병원 같은 시설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계획은 고령층과 청년층 모두에게 필요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속 가능하고 조화로운 지역 공동체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중구의 주거 환경 개선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이곳이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특색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합니다. 고령화와 저성장, 세대 갈등 등 다양한 도전 속에서 서로의 필요를 존중하고 보완하며, 모두가 어우러져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중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