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장충공원 경로당에 중구여성가요합창단이 방문해 어르신들과 함께 흥겨운 우리가락을 선물하고 있다.
"사랑이 빗물되어 말없이 흘러내릴 때, 사나이는 울었다네, 빗물도 울었다네, 세월가면 잊어질까 세월아 말 좀 해오"
지난 15일 공원장충 경로당(회장 곽태성)에서는 흥겨운 노랫소리가 공원 주변까지 울려 퍼졌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흥겨운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했다. 그리고 한켠에는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공원장충경로당은 2010 송년회에 중구구립여성가요합창단(회장 전숙희, 이하 중구여성가요합창단) 23명이 '찾아가는 문화공연' 일환으로 이 경로당을 찾아 흥겨운 노래를 선물한 것.
이에 따라 조촐하게 치르려고 했던 송년회가 한마디로 풍성하게 열리게 된 것이다.
이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남성 3중창단 '별셋' 멤버이며 탤렌트 김성환이 부른 '인생'의 작곡자이기도 한 손정우씨도 장단에 맞춰 색소폰을 연주하다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옛날노래를 연주하기도 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중구여성가요합창단원들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너무너무 행복해 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저렇게 젊을 때도 있었는데"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어떤이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중구여성가요합창단은 1년 전인 2009년 클래식을 하는 중구주부합창단과는 별개로 창단돼 작년 7월부터 연습에 들어갔다고 한다. 열정을 가지고 연습했지만 이 합창단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연습실을 박차고 나와 연말부터 경로당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어르신들에게 흥겨움과 즐거움도 드리고 여성가요합창단의 존재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지휘를 맡고 있는 손정우씨는 20년전 주부가요합창단 '소리사랑'을 칠갑산 작사 작곡가인 조운파씨와 함께 조직해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MBC주부가요열창 프로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 노래잘하는 주부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 1승 이상 한 주부 15명으로 합창단을 조직했다. 당시로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경험을 중구에 접목시키기로 마음먹고 중구에 건의해 중구여성가요합창단을 조직하게 됐다. 그리고 1년 동안 트레이닝을 거쳐 음반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중구여성가요합창단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충무아트홀 6층 강당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연습하는 날을 선택해 경로당이나 소외된 곳을 찾아가 문화공연을 펼치기로 했다는 것.
기자가 공원 장충경로당을 찾을 때가 공교롭게도 문화공연 첫 무대라고 했다.
전숙희 회장은 "우리 여성가요합창단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구의 소외된 이웃이나 경로당등에서 연락해 오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곽태성 공원장충경로당 회장은 "송년회 날 중구여성가요합창단이 찾아와 흥겹게 놀아주니까 우리 노인들이 무척 즐거워한다"며 "자주 찾아와 노인들을 위로하고 외로움도 달래줬으면 한다"고 말해 가요합창단에 거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