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장충단 배호가요제 수상자 인터뷰

탁월한 가창력 스타탄생 예고

지난달 23일 열린 제12회 장충단 배호가요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배호가요제는 29세의 나이로 요절한 가수 배호의 높은 음악 예술을 기리고, 후진을 양성하려는 취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가요제는 실력있는 참가자들이 많아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수상자 인터뷰)

 

◈ 동 상 / 김 현 철씨

 

“개성있는 가수로 성장할께요”

 

 여린 미성으로 ‘첫사랑’을 선보이며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 김현철(39ㆍ중랑구)씨는 동상을 수상했다. 마치 정말 첫사랑을 하는 사람의 설레이는 듯한 목소리와 분위기를 자아낸 김씨는 본인의 특색 있는 음색이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감성을 자랑하는 김씨의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다른 배호가요제 참가자 들처럼 김씨도 음악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갖고 있지만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현실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김씨는 “가슴속에 묻어둔 꿈을 살리는 계기를 준 배호 가요제 입상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는 하마터면 배호가요제에 문턱도 못 들어갈 뻔 했다고 한다.

 

 우연히 배호가요제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참가지원 마감 날이었던 것. 그날따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배호가요제 담당에 전화를 해봤더니 다음날 오전까지 연장해 주겠다고 해 부랴부랴 노래방에 가서 노래 테이프를 만들어 접수해 이렇게 본선까지 오르게 됐다고. 김씨는 “이번에 입상한 사람들은 배호와의 인연이 무척이나 깊은 것 같다”며 “이제 가수로서 배호가요제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훌륭한 가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모창상 / 김 종 호씨

 

“배호의 카리스마 닮고 싶어”

 

 적지 않은 나이로 이천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배호의 '영시의 이별'을 풍부한 감정과 목소리로 소화해 배호가 살아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모창상을 수상한 김종호(69ㆍ이천)씨.

 사생활 대부분은 배호 노래를 즐기며 생활한다는 김씨의 직업은 특별하게도 도자기 명장이다.

 

 도자기로 유명한 고장 이천의 명장인 김종호씨. 명장에게만 내린다는 뱃지를 보여주는 김씨의 입가에 인자한 미소가 떠올랐다.

 

 유년시절 배호의 노래를 처음 접한 뒤 배호가 좋아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던 김씨에게 있어서 이번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배호가요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만 있었는데 어느 날 신문에서 광고가 난 것을 보고 이천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김씨의 배호사랑은 설명이 필요가 없다.

 

 김씨는 "배호의 호소력 있는 가창력과 끌리는 카리스마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인재"라며 "단지 예찬이 아니라 음악인으로서의 그를 존경한다"고 설명했다. 도자기를 만들며 배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씨는 “앞으로도 도자기 명장으로서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드는데 노력하면서도 가수로서 배호노래를 마음껏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 장려상 / 성 재 환씨

 

“가수로서 용기ㆍ자부심 가질 터”

 

 중후한 음색이 장충단 공원 일원에 젖어 들었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성재환씨(51ㆍ도봉구).

 성씨는 그만의 중후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막차로 떠난 여자’를 열창하며 마치 중견가수가 무대에 올라온 것 같은 노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노래를 사랑하는 음악인의 한사람으로서 배호를 매우 존경해 왔었는데 배호가요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참가했다”며 “본선에 올라간 것도 영광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장려상을 받게 된 그날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고 말한다.

 

 음악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봉제 재단엽을 하고 있는 성씨는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노래를 잘한다는 평을 듣고 자신의 노래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어 배호가요제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경험도 없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테이프를 듣고 감정처리를 하는 부분을 파악해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중후한 저음이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에게 어필된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했다.

 

 “평소 노래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다”는 성씨는 “이제 가수로서의 용기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대 상 / 강 준 호씨

 

“최고 음악인으로 성장하고파"

 

 ‘화장을 지우는 여자’를 열창한 강준호(35ㆍ서대문구)씨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장충단 공원 일대에 젖어들면서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만의 고유한 창법을 구사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강준호씨는 “요즘 삶 자체가 특별해 진 것 같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유년시절, 친구들이 발라드나 팝송을 선호할 때 특이하게도 트로트라는 장르에 더 매력을 느꼈던 강씨는 “유난히 가수 배호 선생을 좋아했고 그의 중저음에 깊은 감동과 매력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감정에 따라 꺽어지는 꺽기법과 바이브레이션에서 참맛을 느낀다는 강씨는 트롯트를 유심히 듣고 따라 부르며 자신만의 기교와 창법을 개발했을 정도로 이미 자질과 열정을 겸비한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주위에서 소위 "노래를 맛있게 부른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

 

 배호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지금 삶이 달라진 것 같다는 강씨가 가장 고마운 사람은 다름 아닌 장인어른이라고 한다. 본래 직업은 자동차 딜러로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강씨에게 장인어른은 가장 큰 조력자다.

 

 가수의 꿈을 갖고 있었으나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묻어뒀는데 평소 강씨의 재능과 노래에 대한 사랑을 눈여겨 본 장인어른이 작년 5월 작곡가를 소개해 지금은 틈틈이 곡을 쓰는 법을 배우며 음악에 대한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과거 관현악단 단원으로 음악의 조예가 깊은 장인어른이 지금은 밴드 활동을 하고 있어 강씨도 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장인어른이 직접 음정도 잡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보통 험난한 길이 아니지만 작곡 등 음악에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언젠가 명곡을 만드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강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국내 가요계를 평정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금 상 / 송 인 억씨

 

“경찰에 감동주는 가수될 터”

 

 “경찰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하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진정한 가수가 되겠습니다”

 

 지난달 23일 열린 제12회 장충단 배호가요제에서 ‘남자는 영웅’이라는 노래를 맛깔스럽게 불러 금상을 차지한 송인옥씨(41)는 현재 중부경찰서 을지지구대 근무하고 있는 현직 경찰관(경사)으로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고 한다.

 

 중ㆍ고등학교 때는 물론 경찰이 돼서도 기회만 있으면 마이크를 잡아 노래를 잘하는 경찰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경찰이 되지 않았으면 가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노래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었다.

 

 3년전 강남경찰서에서 중부경찰서로 부임, 을지지구대에 배속되면서 장충단 공원에서 배호가요제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선뜻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엔 용기를 내서 본선만 올라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출전하게 됐는데 금상까지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송 경사는 “예선 때는 많이 떨렸는데 본선에서는 새벽 3시까지 연습하고 리허설을 하면서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었다”며 “금상을 받은 것은 떨지 않고 마음껏 노래를 불러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신분으로서 근무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하기도 했다는 송 경사는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된 만큼 가수답게 노래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 나가겠다”면서도 “부담도 그만큼 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가요제는 처음 참가하게 됐다”는 그는 “개인적으로는 설운도나 태진아 풍을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강진의 화장을 지우는 여자, 유기진의 그 사랑 찾으러 간다, 김명성의 사랑하면 안되나를 즐겨 부르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 그의 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그는 "기존 경찰관 가수들이 크게 부목을 받지못했지만 가수로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해 동료 경찰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는 가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 은 상 / 김 예 원씨

 

“초심 살려 음악활동에 전념”

 

 수줍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김예원씨(41ㆍ강북구)는 곧 이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 있게 ‘사랑가’를 열창하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유년시절 동네 어르신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즐겼다는 김씨가 노래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한건 중학교를 다닐 무렵부터라고 한다.

 

 선생님이 노래와 춤을 시켰는데 너무 잘 하자 다른 반을 돌아다니며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는 것.

 

 어릴 때부터 끼와 재능으로 똘똘 뭉쳐 있던 김씨는 바이올린등 현악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고 평소 TV를 봐도 음악프로를 즐겨 보는 등 일상이 음악과 함께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얼마전 왕십리에서 배호 가요제 포스터를 보고 참가키로 결심했다는 그에게는 배호선생은 매우 뜻 깊은 존재라고 한다.

 

 어느날 TV에서 방영된 배호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는 김씨는 “가수 배호선생이 트로트의 길을 걷게 해줬다”고 밝혔다.

 

 20대 후반부터 트로트의 진정한 매력과 맛을 느끼기 시작한 김씨는 지금은 트로트 늦깍이로 감정을 실은 노래를 부르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본래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지만 어린이집 원장이 “김 교사는 직업을 가수로 바꿔야 한다”고 했으며, 친구들도 “너는 가수로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끼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는 보름동안 하루 2~3시간씩 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잠을 설쳤다는 김씨는 “이제야 편하게 잘 수 있겠다”며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가수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용기를 마련해준 장충단 배호가요제가 정말 너무나 고맙다“는 김씨의 목소리에는 감격이 묻어났다.

 

 “유명한 배호가요제에서 입상한 만큼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음악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는 김씨에게서 인기있는 가수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 김예원씨의 행보가 부목된다.

 

◈ 장려상 / 가 종 순씨

 

“능력인정받는 가수 되고 싶어요”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 했습니다” 노련한 무대매너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던 가종순씨(55ㆍ용산구)는 노래에 관한한 단연 베테랑이라고 자부한다.

 

 경기민요 창법으로 트로트의 ‘맛’을 살린 것이 입상한 비결인 것 같다는 가씨는 현재 우리 전통민요와 한국무용을 체조와 결합한 ‘우리 춤 체조’ 강사다. 가씨는 발성연습을 위해 아침마다 항상 1시간씩 목을 푸는 게 일과이며 일주일에 한번은 꼭 노래방에 가서 2~3시간씩 노래연습을 한다고 한다.

 

특히 민요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젊은 시절 남편을 따라 인도에서 10년을 살았던 그 때 매일 집 앞에 위치한 바닷가 해안에서 민요를 부르며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다독였다고 한다.

 

가씨는 “지금은 트로트 가사를 참고하지 않아도 100곡은 너끈히 부를 수 있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편 “고등학교 시절 배호선생의 부음을 접하고 히트곡 ‘안녕, 당신’을 부르면서 목 놓아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배호를 보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던 그 시절의 풋풋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가씨는 앞으로 가수로서 인정받고 능력 있는 음악 강사로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인기상 / 모득희ㆍ김삼순씨

 

“노래로 봉사하며 살 터”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즐거운 인생'을 열창해 관객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 모득희 (60ㆍ마포구), 김삼순(60ㆍ서대문구)씨.

 

 마치 자매 같은 분위기의 모, 김씨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수다를 떨며 낙옆이 굴러가는 모습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낭랑 18세 소녀같은 모습을 보였다.

 

 음악교실에서 만나 오랜 우정을 이어가고 있어 정이 뜻 깊다며 밝게 웃는 이들은 친자매 처럼 다정했다.

 

 특히 모씨에게 음악은 건강까지 안겨다 준 인생의 활력소다. 8년 전 큰 병으로 쓰러진적이 있던 모씨는 건강도 챙길 겸 음악교실을 찾아 보라는 딸의 권유로 찾게 된 음악교실에서 건강과 함께 삶의 활력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귀한 친구까지 얻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평소 노래 강습도 받으며 친분을 쌓았던 최예선씨의 권유로 참가한 대회이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노래교실에서 만난 사이인 만큼 노래연습은 언제나 노래교실에서 한다는 모, 김씨는 주로 손기정 기념관에서 만나 화음을 맞춰본다고. 이들은 "가능하다면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어르신들과 동고동락하며 노래로 즐거움을 주는 봉사를 하고 싶다"며 따뜻한 마음을 밝혔다.

 

◈ 특별상 / 서 정 원씨

 

“행복의 음악전도사 될 터”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인생의 강'을 불러 특별상을 받은 서정원(66ㆍ강남구)씨의 수상소감은 당당하고 솔직했다.

 

 체계적인 노래교육을 받은 적도, 뚜렷한 활동을 한 적도 없지만 평소 노래와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서씨는 우연히 배호가요제 팜플렛을 보고 참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실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가늠해보고 가수로서 뜻 깊은 일에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대경험이 없는 서씨는 "내 실력에 반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며 특별상을 받은 것이 다소 아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로 가수인증서를 받게 되니 제2의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다고.

 이러한 서정원씨의 꿈은 봉사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한다.

 

 “따스한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병원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이 들어가기 힘든 교도소등에서도 노래로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고 싶다”고 말해 훈훈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어려운 곳에 들어가서 노래하려면 가수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서정원씨는 큰 상은 아니지만 가수가 됐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