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논단 / 중구의회 김기래 부의장

한국영화의 산실 충무로에서, 시네마테크 아이들을 꿈꾼다

/ 2015. 5. 4

 

파리에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있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계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장 뤽 고다르가 "영화에 관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시네마테크에서 배웠다"라고 말할 정도라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프랑스 영화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영화 보관소를 뜻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영화를 수집, 보관하고 상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그러나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보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다양한 영화문화를 접하고 배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영화의 미래를 만드는 장소라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이러한 꿈의 영화 공간 시네마테크가 한국영화의 상징인 충무로에 생긴다.

 

지난 3월, 서울시는 복합영상문화공간인 시네마테크를 충무로에 개관하고 독립, 예술영화 지원을 확대, 촬영하기 좋은 영화도시 서울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 문화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구 충무로 초동에 위치한 공영주차장 부지에 연면적 약 5천㎡ 규모로 고전독립영화 상영관, 영화박물관, 영상자료 열람과 보관을 위한 아카이브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네마테크가 건립된다고 하니 필자로서는 무척이나 감회가 새롭다.

 

필자는 지난 2006년 제5대 중구의회 구의원인 당시,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충무로의 명성을 되살리고 충무로를 한국영화산업의 메카로 재도약하기 위한 과제의 하나로 영화인회관, 영화박물관 건립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충무로가 한국영화 역사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를 기록하고 제공할 수 있는 영화박물관과 전시관 같은 시설조차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과 함께,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로서 다시금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 영화인들은 물론, 새로운 영화세대에게 영화의 가치를 되살리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필자가 꿈꿨고 한국의 많은 시네필(Cinephile, 영화마니아)들이 꿈꿨던 서울시네마테크가 생기게 된다.

 

현재 서울시의 부지 선정 및 협조요청 공문에 따라 우리 구는 건립대상지인 초동공영주차장 부지 사용을 일단 협의한 상태이며 도시계획시설 용도폐지 심의 등과 구 의회 동의 등을 앞두고 있다. 물론 추후 서울시의 세부계획과 예산확보 문제 등 건립까지는 여러 사안이 남겨져 있지만 우선 서울영화산업 발전과 충무로의 재도약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환영하고 싶다.

 

충무로에 영화박물관을 꿈꿨던 그때로부터 9년이 흘렀다. 영화문화의 발전과 서울이 영화도시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 지원과 기반마련이 필수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그러했듯, 대만과 뉴욕의 시네마테크에서 많은 시네필들이 영화의 역사를 만들어 온 것처럼 충무로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이곳 충무로에서 희망과 열정, 끼로 넘치는 시네마테크 아이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