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창 다동무교동상가번영회장.
다동무교동상가번영회
중구 다동과 무교동의 음식점 카운터에는 아주 길다란 플라스틱 맥주병이 놓여 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손님들이 마신 O맥주 병뚜껑. 이 지역에서 병뚜껑은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개당 100원씩 적립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맥주병에는 병뚜껑 약 1천800개가 들어간다. 꽉 차면 18만원의 적립금이 생기는 셈이다.
적립금은 이 지역 상인연합회인 다동무교동상가번영회와 협약을 맺은 국내 한 맥주회사에서 지원한다. 가게마다 적립한 금액을 모아 번영회 이름으로 중구 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사랑의 쌀을 지원하는데 사용한다.
지난 7월 20일 10kg짜리 쌀 49포 구입 후 중구를 통해 저소득층 주민 49세대에게 전달했다. 4월부터 3개월 동안 1만1천10개의 병뚜껑을 모은 결과다. 9월15일에는 다동무교동 음식문화축제를 맞아 회원들의 회비를 보태 중구 관내 독거노인과 경로당에 백미 400포를 기증했다.
박주창 다동무교동 상가번영회장은 이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올해 초 한 맥주회사에서 판매촉진 이벤트 일환으로 O맥주 병 뚜껑을 모으면 적립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박 회장은 회원들과 상의해 그것을 받아들였다. 저소득 주민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138개 회원 중 술을 팔 수 있는 60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음식점마다 플라스틱 맥주병이 놓여졌다. 종업원들은 상을 치울때마다 다른 것은 쓰레기통에 넣어도 O맥주 병 뚜껑만은 소중히 다뤘다. 의아해하던 손님들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O맥주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저소득층 주민도 돕고 매출도 늘어나다보니 번영회 일이라면 맥주회사에서 두 손을 들고 달려올 정도에요"라고 말하는 박 회장은 "최근에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H맥주나 C맥주 회사에서도 같이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회원들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동무교동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16년 전부터 다동무교동 음식문화 가을대축제마다 구 관내 어르신 1천여명을 초청, 점심을 제공하고 효자·효부상 시상은 물론 모범청소년 800명에 2억5천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