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가를 찾아서/남대문 ‘대도그릇상가’

우수한 그릇 최대규모 옛 명성 고수

그릇의 천국 평판 ‘명불허전’

전문성 살려 고객만족 추구

백화점 보다 저렴 단골 많아

 

 청명한 소리가 났다. 살짝 두드렸을 때 이처럼 영롱한 소리를 들려주는 단단한 도자기는 고열과 깎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하나의 온전한 그릇으로 빛을 내게 된다.

 

 남대문 대도그릇상가. 그릇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가로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도자기처럼 긴 세월 풍파를 이겨내고, 옛 명성을 고수하며 최고(最高)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명불허전. 남대문상가 D동 3층에 자리하고 있는 대도그릇상가에 들어서자 ‘그릇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평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약 1천983㎡ 커다란 공간의 주인공은 바로 ‘그릇’이었다. 모양과 종류 모두 제각각 고유의 특성을 지닌 많은 그릇들이 점포마다 조밀하지만 안정감 있게 진열돼 깔끔한 이미지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용운 상인회장은 “대도그릇상가에는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그릇이 판매되고 있다”면서 “필요와 기호에 따라 고객이 알맞은 그릇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점포가 체계적으로 전문화돼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대도그릇상가 내에는 35명의 상인회원이 운영하는 36개의 점포가 각자 전문성 있게 효율적으로 구성돼 있다. 크게 ‘혼수용’ ‘영업용’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나전칠기’ 분야로 분류돼 운영 중이다.

 

 똑같은 제품을 백화점 등에서보다 3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대도그릇상가에서는 봄과 가을에는 혼수용이 불티나게, 12월에는 영업용이 대량으로 판매되는 등 계절적 시기에 따라 품목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어머니 세대가 대도그릇상가에서 혼수로 그릇을 장만하고, 세월이 흘러 딸 세대 결혼 준비를 위해 다시 이곳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면서 “대도그릇상가에 가면 원하는 제품을 만족스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오랜 시간 쌓여서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대문 대도그릇상가의 시작은 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대문상가 C동에서 성업하던 중 75년쯤 대형화재가 발생해 당시 창고로 썼던 지금의 대도종합상가 건물로 76년쯤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생활에 꼭 있어야만 하는 그릇. 대형마트도, 홈쇼핑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마음에 드는 그릇을 사기 위해서는 대도그릇상가를 찾아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40년에 가까운 역사의 부침을 함께한, 대도그릇상가의 산증인이기도 한 김 회장은 “그때는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팔며 일했다”고 회고하며 “세월이 흘러 핵가족화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그릇 수도 줄었고, 그릇회사 매장이 전국 곳곳에 분포돼 있는 등 세상도 변했지만 대도그릇상가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뜻하게 단장된 대도상가 건물 외벽을 흘끔 본 후 그릇상가가 있는 3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돋보였다. 회현역에서 도보로 100미터 정도되는 위치적 유리함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만족을 위해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투자, 2006년 7월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이동의 편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입한 그릇은 택배로 안전하게 고객에게 배송한다. 물론 비용은 판매점포에서 부담한다. 편리한 쇼핑 환경과 함께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대하는 친절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대도그릇상가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최고를 지향한다. 해외의 독일 등지에서 열리는 그릇박람회 같은 행사에 참여, 세계적인 추세를 파악하고 최신 제품을 빠르게 들여온다. 국내 굴지 그릇브랜드의 최신 제품이 가장 빨리 들어오는 곳도 이곳 대도그릇상가다.

 

 업계 추산 우리나라 그릇시장에서 30%가량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도그릇상가는 우리나라 대표 그릇상가로 4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창업하는 음식점에서 대도그릇상가 제품을 구입한 후, 사세를 확장해 또다시 대량 구입으로 이어지는 등 고객만족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김용운 회장은 “대도그릇상가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이곳 3층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드물어, 투어일정에 대도그릇상가를 둘러보는 순서도 포함되기를 이곳 상인들은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대도그릇상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