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파리를 생각한다

기억의 조각 맞추기로 도시 바라보기

중구의 욕망과 좌절과 희망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의 중심 600년 고도에 대한 기억은 역사의 지층으로 아픔과 환희가 교차하며 켜켜이 겹쳐지고, 회현고가차도가 철거된 자리에 남산과 명동 권역을 연결하는 횡단보도 설치 문제는 발전과 쇠퇴, 연결과 단절 그리고 반목과 소통이라는 나이 든 후 찾아오는 사춘기적 성장통이다.

 

 저자는 파리의 거리를 일컬어 기억의 저장소라고 지칭한다. 파리에서 거리를 걷는 일은 지나간 역사의 조각들을 찾아내고 이어보는 조각그림 맞추기 놀이가 될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부분들의 이음새와 짜임새를 파악해 도시를 전체로 바라볼 수 있어야 그 도시를 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공서와 상가와 사무실이 밀집된 도시의 중앙은 아침이면 사람들이 몰려왔다 저녁이면 사라지는 가공의 공간인 반면, 주거공간이 대부분인 도시의 변두리는 삶의 애환이 펼쳐지는 삶의 공간이라고 통찰한다.

 

 옛것을 지키며 새것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어진 도시, 파리. 그 ‘파리’라는 단어에 괄호 치고 ‘중구’를 써넣어 읽으면 매일 보는 소나무, 남산, 골목길, 고층빌딩, 재래시장 그리고 또 그 무엇을 달리 보고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수복 지음/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