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책 도 둑

몰입 통해 삶의 본질 깨달아

‘책도둑’은 유대인에게 빵을 주고 채찍을 맞는 소년의 일화를 통해 가장선함과 가장악함이 바로 인간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리젤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사라진 아버지와 양부모인 후버만 부부에게 자신을 맡기고 사라진 어머니, 그리고 기차 안에서 목숨을 잃은 동생을 차디찬 눈에 묻은 가슴에 큰 슬픔을 가진 소녀다.

 

 그녀가 책을 훔치는 이유는 암울한 나치 독일시대를 버텨 나갈 수 있게 하는 생의 연료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을 통해 말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할퀴고 치유해주며 권력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삶의 본질과 슬픔을 깨달아 가게 된다.

 특이한 점은 '죽음의 신'이 화자라는 점으로 작가는 도처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글을 쓰면서 이러한 시대에 가장 적합한 화자가 바로 ‘죽음의 신’이 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삶과 죽음, 전쟁의 비극과 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고 생의 가장 큰 슬픔은 생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읽는 이의 가슴에 휴머니즘을 호소하는 이 작품은 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를 다룬다는 점에서 '안네의 일기', 엘리위젤의 '밤' 커트 보네거트의 '제 5도살장'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작품이 슬픔을 전달하는 방식이 웃음 통해 전쟁의 비극을 극대화시켜 보여주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쪽에 가깝다. 역사상 가장 힘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슬프도록 찬란한 광경을 시적이고도 사색적으로 풀어나간 책도둑은 당신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마커스 주삭/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