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무스름한 낯빛을 한 건강이 안 좋아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셔서 전입 신고서를 작성해 주셨다.
조회를 했더니 벌써 오래전인 2002년도에 말소된 상태였다.
재등록을 먼저 하셔야하는데 말소된 지 오래돼서 과태료가 10만원이라고 하자,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신다. 펼쳐봤더니 수용(출소)증명서다.
수용증명서를 건네받는 순간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내 나는 더듬더듬거리며 "수감 중에 말소가 된 경우라면 수감관계서류를 첨부하면 직권재등록하고 과태료 면제 대상이지만, 선생님께서 지금 주신 서류에는 2006. 3월부터 2007년 5월까지로 되어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고 하자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실은 그 당시에 목포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고 한다. 그럼 혹시 그 당시에 수감 중이었다는 서류가 있냐고 하자 "없다" 고 하신다.
그러면서 실은 치아를 다쳐서 속히 치료를 해야 하는데 말소되어 있어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아 전입신고를 하러 오셨다고 하신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쯤 아저씨를 두려워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지금의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은 평범한 아저씨일 뿐인 것이다.
제일 먼저 법무부 민원실로 문의를 했다. 법무부 보안관리과 직원은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가셔야 발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제일 가까운 구치소로 직접 가보라고 한다. 중구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구치소 수용기록과로 전화해서 신분을 밝히고 사정을 설명하면서 재차 발급을 부탁드렸더니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하신다.
민원인의 급한 사정을 말씀드리며 민원이 작성한 전입, 재등록 신청서, 신분증과 함께 업무연락으로 보내겠다고 하자 알겠다고 하신다.
수용증명서를 FAX로 받아 직권재등록을 하고 과태료를 면제해드리자 다소 긴장하고 계셨던 민원인께서 그때서야 비로소 웃으신다.
"10만원 아낀 것보다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다."며 환한 표정을 지으시며 인사를 몇 번이나 꾸뻑거리셨다.
어렵고 실의에 찬 주민 한 분이 나의 작은 노력과 정성으로 지금의 역경을 이기고 헤쳐 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옥살이를 한 분의 공무원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달리보이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그분 보다 내 스스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