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특권에 젖은 낡은 정치 뿌리 뽑아야"

 

지난 12일 서양호 구청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2019. 6. 26

 

서양호 구청장, 12일 기자회견

"부당한 실체와 맞서 싸우겠다"

 

"독재와 싸우는 것보다 지역의 낡은 정치와 싸우는 것이 힘든 1년이었다."

서양호 구청장이 지역의 낡은 정치를 겨냥해 이 같은 작심 발언을 하며 "더 이상 참지 않고 구민과 함께 부당한 실체와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서 구청장은 12일 오전 중구청에서 '어느 구청장의 하소연'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시급한 민생예산을 볼모로 구청 직원 인사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도를 넘어선 낡은 정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구청 직원에 대한 인사개입도 모자라 직능단체 간부 인사에까지 손을 뻗쳤다"며 자신이 원치 않는 사람이 임명됐다는 이유로 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구의회 사무과장의 출근을 몇 주 동안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해당 사무관은 사무실 옆 다른 공간에서 직무를 봤지만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구는 당사자 요청에 따라 20여일 만에 다른 부서로 전보했다는 것이다.

 

서 구청장은 단지 국장 인사발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구의회에서 출석반대 결의를 통해 해당 국장의 회의 참석을 막은 사례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환경미화원의 부당 채용을 강요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12월 있었던 환경미화원 채용에서 부당한 청탁 압력이 있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 구청장은 구의회 회기 준비와 행사에서 구청 직원들에 하는 반말과 욕설은 이미 일상이 됐고 노래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구청 직원에게 술값을 대납시키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불법 건축물에서 이행강제금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제보 내용도 공개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이러한 행태에도 그동안 감내한 이유는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구청 직원과 구민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참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정치활동만 23년째로 임기 초반 구청장 길들이기나 주도권 잡기로 여겨 참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청탁이 통하지 않자 구민들의 시급한 안전과 민생 관련 예산을 흥정 대상으로 삼았다"며 입장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 구청장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참을 수 있지만 구민의 생활과 직결된 예산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정례회 추경예산은 의회의 의사일정을 확정하는 운영위원회 전에 전자문서를 통해 공문으로 전달했다"며 "의사일정 개시 7일전에 예산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회운영 규정도 준수했고, 구의원을 상대로 예산설명회 개최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24개 구의회는 모두 일하고 있는데 중구의회는 6개월 동안 총 2회, 3일간 구의회를 열었지만 단 한건의 조례심의도 하지 않았고, 추경예산도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서 구청장은 "법원에 인사발령 무효가처분 신청과 인사발령 무효소송 등 2건을 제기했지만 3월 19일 법원에 의해 가처분신청은 기각됐고, 인사발령 무효소송은 철회하는 등 사실상 인사결과를 수용했다"며 "그런데도 법원이 내린 판결도 따르지 않은 등 구의회가 온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비롯해 침수로 누전 사고가 났던 명동주민센터의 시설 개선 등 49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구의회 임시회에 제출했으나 구의회는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달 정기회에도 초등학생 돌봄 확대, 소상공인 지원, 노인복지관 화재 예방 등 301개 사업에 걸쳐 223억 원의 추경예산 심의를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동주민센터 직원들과 주민들이 2개월 동안 고심하며 마련한 동 일자리 사업과 숙원사업 등 73억 원에 대해서도 심의를 거부한 것"이라며 "추경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이미 확보한 국·시비를 반납해야 하는 일도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구는 12일을 기해 '청탁금지법' 등 여러 법률 위반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사법당국에 수사의뢰 및 고소·고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서양호 구청장은 "어르신, 학부모, 자영업자 등 동 숙원사업 예산이 절실한 주민들과 뜻을 모아 민생예산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