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시풍속 그리고 지방선거

 우리 조상들의 실질적인 한해의 시작은 설날이며 최고의 명절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명절은 보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설이라는 말은 '사린다' ‘사간다’ 또는 ‘설다’ ‘낯설다’에서 온 말로 조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섧다는 말로 슬프다는 뜻으로도 전해지고 있으며 설이란 그저 기쁜 날이라기 보다 한 해가 시작된다는 뜻에서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매우 뜻 깊은 명절로 조상들은 여겨왔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새해 아침에 입는 새 옷인 ‘설빔’을 입고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절을 드리는 ‘차례’를 지낸다. 그런 다음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 새해 인사인 ‘세배’를 한다. 세배를 할 때는 새해 첫날을 맞아서 서로의 행복을 빌고 축복해 주는 ‘덕담’을 주고받고 떡국을 먹으며 음복을 한다. 이렇듯 새해 첫날인 설날은 하루 종일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해왔다.

 

 각종 문헌에 설을 신일(愼日)이라 해서 삼가하고 조심하는 날로 기술한 것만 봐도 새해라는 시간질서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심하고 삼가해야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설의 의미는 물론 세시풍속도 퇴색되는 느낌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민속놀이 복원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각 동네 마다 전래민속놀이라고 해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풍성한 행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선거가 늘어나면서 선거법과 관련돼 대부분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아예 행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중구의 예를 보더라도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치르면서 각종 행사가 중단되더니 금년에는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광통교 다리밟기와 주민들의 순수한 잔치인 보름맞이 척사대회도 무기연기 했다. 선거이후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을 맞이하는 우리 조상들처럼 삼가고 조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지역 고유 행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비단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각종선거로 인한 폐단은 결국 주민 즉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선거도 국민을 위한 일이지 일개 개인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탈법이나 선거법 일탈문제는 강도 높게 단속해야겠지만 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불문곡직 제어하고 중단만 시킨다면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치단체장이나 시ㆍ구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주민복리를 위해 중구지역 발전을 위해 중대사를 결정하고 봉사해 달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따라서 축제의 장이 돼야할 선거가 주민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선거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차단하고 중단시키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행사는 주민들이 마음 놓고 장을 펼칠 수 있도록 풀어줘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