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技 세계속 자리매김 가교역할 ‘톡톡’
영국유학 프로그램 지원자 지도 ‘열성’
곧 지역 보육시설에서 교육예정 ‘기대’
태권도는 수행(修行)이다.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우리 겨레 고유의 무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굳건히 이어져 오며 태권‘도(道)’ 속에는 인간이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정신적 가치와 절실한 행동규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민족의 자산 태권도를 영어와 접목시켜 우수한 실력과 올바른 인성을 겸비한 후진을 양성하고, 국기(國技)가 세계 속에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신당동 출신 인재가 중구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재자(才子)는 ‘영어태권도’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김도연 관장이다. 그는 재단법인 중앙체육원에서 사범으로서 국기인 태권도를 서구에 올바르게 전파해야 할 사명을 안은 어린 재목을 양성하면서 지도관장 직을 맡아 영어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영어로 말하면서 태권도를 하는 거예요. 이를테면 앞서기 몸통 지르기를 할 때 ‘워킹 스탠스 미들 펀치(walking stance middle punch)’라고 하는 것이죠. 자신감 있게, 영어를 큰소리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교육효과가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영어로 대화도 하죠. 무엇보다도 태권도를 통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것입니다.”
이틀 연속 이번 겨울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한 이튿날인 지난 8일, 도장(道場) 안에서는 하얀 도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씩씩한 기합소리와 영어 구령으로 한기를 사멸시키고 있었다.
김 관장은 영국의 한 칼리지의 태권도 장학생 유학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하면서 유학생활 동안 태권도를 가르치게 된다.
그는 “영어로 태권도를 지도하면서도 우리나라 언어로 붙여진 동작 등의 고유명칭은 그대로 알려주고 영어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교육한다”면서 “이를 통해 태권도가 대한민국의 숭고한 문화유산인 것을 서구사회에 인식시키고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단(高段) 김 관장 역시 영국유학 시절 유아부터 만년까지 남녀노소, 영국인을 비롯 서구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태권도를 배우며 문화를 수용하는 그들의 반응을 접하며 그는 힘든 시기속에서 한줄기 희망과 한아름 보람을 마음 깊이 간직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과 학생으로 학업과 함께 태권도 강사 일을 했어요. 제가 직접 신문에 광고를 내면서까지 수강생을 모집했죠.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왔어요. 공손한 인사법이라든지 태권도 특유의 예법을 열심히 잘 따라하더군요. 특히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의 부모님께서 참 좋아하셨어요. 태권도를 배우면서 아이들이 예절 바르게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기특해 하셨습니다. 저도 강사로서 참 뿌듯했어요.”
김 관장은 먼 훗날 부모님을 직접 잘 돌봐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당시 보건복지과를 선택했다. 그만큼 도연씨에게 있어 부모님은 고맙고 애틋한 존재다. 공부에 소질을 가지고 있던 동생에 비해 도연씨는 운동을 좋아했다.
김씨의 양친은 아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고 적성에 맞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감싸 안아 준 훌륭한 조력자였다.
“중학교 때부터 씨름선수를 했어요. 당시 이만기 강호동 같은 분들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었죠. 그러다 고1 때 다리를 다쳤어요. 결국 씨름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참 힘든 시절이었고 방황을 겪었어요. 그때 부모님께서 지금의 중앙체육원에서 태권도와 합기도를 할 수 있게 권유하고 제 마음을 보듬어 주셨어요.”
이때부터 김 관장과 중앙체육원 최돈오 총재의 인연이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강사로서 여러 교육시설을 전전할 때, 최 총재는 김 관장을 불러들여 통역 등의 업무와 사범 역할을 맡겼다.
김 관장은 “부모님께서 저를 다독이며 키워 주셨듯이 최 총재님이 이끌어 주셨기에 현재의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조리 있게 설명하며 겸손한 자세로 표현하는 김 관장에게서 무예 고수의 올바른 인성이 풍겨졌다.
그는 현재 국제태권도사범학교의 연수교육부장으로서 영어태권도 보급에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등 올 한 해도 스케줄이 가득 차 있으며, 곧 중구 지역 보육시설들에서도 교육할 예정이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저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시절 안타깝고 후회스럽게 생각하는 점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조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도장 출입문 옆, 벽에 걸린 관훈 현판의 ‘충효 성실 인내’라는 글씨가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