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축구회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용축구장 건립 반드시 필요
가족처럼 뭉친 회원들 큰 장점
영하를 맴도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운동장을 누비는 남자들이 있다. 바로 문화축구회 회원들.
이들은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만리동 봉래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몸을 풀고 바로 연습경기에 돌입 한다.
박철희(46)회장은 벌써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힌 채 인터뷰에 응했다.
“저희 문화 축구회는 95년도에 창단됐습니다. 신당동 일대에서 의류·봉제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축구 이전에 이미 친한 상태라 팀 화합 면에서는 걱정도 안하고 있어요.”
공을 차는 날렵한 모습과는 달리 대화를 하면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는 박 회장의 표정은 추운 겨울 날씨와 반대로 아주 밝았다.
“저기들 보세요. 다들 웃으면서 경기를 하고 있잖아요. 축구가 격한 운동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숨은 재미가 있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하는 거죠.”
이때, 박 회장과 선수 교체를 하듯 다가온 이승렬(42)감독은 “이상하게 회원들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20대부터 40대까지 친한 선후배 관계지만, 때로는 위계질서를 중요시해서 팀을 더욱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이 감독은 20대 장현복, 30대 김종은, 40대 김진현 등을 팀을 강하게 만드는 유망주로 꼽는다. 또 20대 전수영, 30대 윤상민 등 각 연령대별로 부회장이 있어 팀 강화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패스 위주의 공격을 하는 건데, 실제로 경기 전에 몸을 풀면서 원터치 패스 등 빠른 패스 위주로 연습합니다.”
보통 날씨가 좋으면 간단히 점심 식사까지 하지만, 이날처럼 추운 날씨에는 바로 가정으로 복귀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절대 연습이 끝나고 술판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
가만히 보니 운동장 옆 스탠드에 막걸리 두 병이 떡 하니 놓여 있는데 누구 하나 손대지 않고 있다.
박 회장과 이 감독은 그 막걸리 병에 대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저 막걸리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뛰다가 힘들면 마시라고 누가 갖고 온 것 같은데 이제까지 아무도 안 먹었고 아마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안 먹을걸요.”
창단 멤버인 김승수(45)씨는 일요일 아침마다 나와 운동을 하면서 1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소한다.
“아침에 더 자고 일어나기 싫은 그 잠깐의 마음은 운동장에서 땀 흘려 뛰고 난 직후의 시원한 기분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예요. 특히 11명씩 팀을 이뤄서 골을 넣고 나면 그 기분은 아무리 비싼 보석과도 바꾸기 싫습니다.”
오른쪽 윙이 포지션이라는 그는 축구 자체도 좋지만 문화축구회 회원들과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다른 학교 운동장에 비해 좁은 봉래초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문화축구회 회원들은 중구전용축구장 건립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전용 축구장이 건립되면 축구 동호회끼리 돌아가면서 운동장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생겨서 다들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타 축구회에 비해 창단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마의 땀과 활기찬 웃음에서 비치는 문화축구회의 미래가 10년 후 중구의 비전을 제시하는 듯, 영하를 맴돌던 날씨가 점점 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