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축년 한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는 벽 / 마지막 그림자가 그려 있다.

 잎새 없는 나무들이 / 그 틈새에서 흔들렸다.

 그 사이로 / 나목(裸木)이고 싶은 벽이 / 세월의 시간 위에서 / 한 장 한 장 뜯겨진다.

 한 점 바람이 / 벽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이 스쳐간 망각은 / 우리들이 지닌 마지막 꿈이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 미워하면서도 미워하지 않고

 그렇게 세월이 쌓이던 벽은 / 넉넉하지 못한 것들도

 때로는 넉넉해 보이지만 / 12월은 언제나 언 빙판 길 같이 / 세월을 밀어내고 어두워진다.

 사위어 가는 마지막 카렌다. / 내일이면 세월을 밀어낸 공백이다.

 먼지 묻은 숫자들은 / 너무 멀리 있어 / 이름을 알 수 없는 별처럼 / 희미하게 빛날 뿐

 또 다른 세월 하나가 / 작별의 인사를 고한다.

 

 이는 ‘마지막 카렌다를 바라보며’라는 이효녕씨의 글이다.

 기축년 마지막 신문을 제작하기 위해 카렌다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효녕씨의 ‘마지막 카렌다’라는 글이 생각나서 옮겨보았다.

 

 이 시가 마지막 남은 카렌다에 투명되는 건 또 다른 세월 하나가 작별 인사를 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경인년 새해를 10여일 앞두고 되돌아 본 기축년은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올 한해에는 34년만에 명동예술극장이 복원되고 중구의회 최초로 의장이 2번이나 불신임되고, 행정사무감사가 전면 중단되는 파란을 연출했으며, 자율형 사립고 이화여고에 이어 성동고가 자립형 공립고로 지정되면서 백년대계를 위한 중구 교육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폐교 일보직전까지 갔던 한양중이 폐교를 철회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제3회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막행사가 MBC 생중계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축소되고 폐막행사에서도 한 연예인이 사망함에 따라 축소되는등 다소 아쉬웠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중구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회현고가차도가 철거되고 중구보훈회관이 개관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복지중구 구현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외에도 10대뉴스에는 들지 못했지만 중구에 패션디자인 명장이 탄생하고, 서울역사를 원형 복원키로 했다. 그리고 신당5동이 전국 자치센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함께 영욕이 함께 했던 한해였다.

 

 다가오는 경인년 새해에는 제5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따라서 중구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감당할 우리의 대표인 선출직 공직자들을 제대로 선출해 꿈과 희망이 있는 중구를 구현토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