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원칙없는 명칭변경 주민혼란 가중

이르면 이달부터 각 자치구의 ‘주민자치센터’가 ‘주민자치회관’으로 변경된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통합 추진으로 그동안 같은 건물을 사용하던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센터가 분리됨에 따라 시민의 명칭혼선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에서 ‘동사무소’의 명칭을 ‘동주민센터’로 변경하면서 ‘주민자치센터’와 명칭이 상호 유사해져 주민자치센터 명칭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일부 동통합으로 폐지되는 동청사를 독립된 ‘주민자치센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동주민센터’와 별도 위치하고 있어 명칭을 착각하고 민원업무를 보기위해 ‘동주민센터’가 아닌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하는 등 불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명칭 변경은 서울시의 시민공모를 통해 시민이 직접 주민자치센터 새 이름을 만들어 시민참여 위원회를 통해 ‘자치회관’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는 이번 시민공모와 명칭변경을 통해 주민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자치기능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선 자치구 주민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일제의 잔재인지는 모르지만 동사무소는 주민들에게 아주 익숙한 일선 행정기관이다. 누구든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동사무소의 명칭을 주민센터라고 변경해 주민자치센터와 혼동을 불러일으키더니 이제 와서 주민자치센터를 주민자치회관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졸속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변화와 개혁도 좋지만 오히려 주민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킨다면 이는 안하는 것만 못하다. 동사무소라고 명칭을 써도 아무런 거부감이나 문제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굳이 주민센터로 변경한 것 자체부터가 문제였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라고 변경하면 주민자치센터와 중복되는 것은 자명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변경, 이제와서 주민자치센터를 또 주민자치회관으로 변경하는 것은 여간 못마땅한 일이 아니다. 주민자치회관으로 변경하려면 차라리 주민센터를 동사무소로 환원하는 것이 주민들이나 국민들이 인식하는데 더 많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행된지 벌써 18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우여곡절과 문제점도 많았지만 이제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구청이나 구민들에게 제대로된 리서치도 하지 않고 설문조사를 했다는 근거만 제시하면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참으로 답답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오락가락 행정, 주먹구구식 행정, 졸속행정은 사라져야 한다. 한 가지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