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숭례문 화재 수사발표를 보고

숭례문 화재로 대단한 비리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 했지만 결국 시스템 부재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남대문경찰서는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특정 부처나 업체에 묻긴 힘들지만 평소 느슨하고 부실한 관리행태가 이번 사건을 막지 못한 것과 상당 부분 연관이 있다”고 밝혀 사실상 사고의 책임을 물을 만한 대상이 없음을 인정한 셈이다.

 

 경찰은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았던지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청, 소방당국, 중구청 등 유관기관의 책임자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선으로 마무리 하고 일부는 불구속 입건했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1사1문화재 지킴이 캠페인을 추진하던 2007년 5월 경비 주체를 바꾸면 업체간 분쟁 소지가 있었는데도 KT텔레캅의 요구로 캠페인 대상이 아니었던 숭례문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중구청과 KT텔레캅이 숭례문 관리 협약을 맺기 전인 작년 5월9일 중구청을 비롯한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KT텔레캅이 5년 간 무료로 문화재 지킴이로 활동하겠다고 하니 숭례문 등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회신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공문이 표면적으로는 업무협의용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몇일까지 검토 결과를 통보해달라는 말이 있어 실질적으로는 지시에 가까운 공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T텔레캅이 중구청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고 식사를 제공한 점은 확인됐지만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사 종결했으며, 소방관들의 직무유기도 혐의는 인정하기 어려워 형사입건은 하지 않되 형식적 소방훈련, 문화재 진화를 위한 매뉴얼 미비, 열감지 화상카메라 미사용 등에 대한 시정조치 및 징계를 요구키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시스템 부재로 기인된 사건임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으며, 관계기관이 대단한 직무유기를 한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결국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셈이 됐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례라는 이유로 근무일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등은 당연히 지적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소홀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 즉 문화재청의 시스템 부실에 따른 문제가 더 크다는 사실이다.

 

 문화재를 관리하라고 지시하면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주지도 않고 인력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잘못만 탓할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와 함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숭례문 화재사건을 계기로 제대로된 매뉴얼로 적정한 예산을 확보해서 고귀한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벌써 숭례문 문화재 화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