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삼일절과 숭례문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차(此)로써 세계만방(世界萬邦)에 고(告)하야 인류평등(人類平等)의 대의(大義)를 극명(克明)하며, 차(此)로써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고(誥)하야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

 

 반만년(半萬年) 역사(歷史)의 권위(權威)를 장(仗)하야 차(此)를 선언(宣言)함이며, 이천만(二千萬) 민중(民衆)의 성충(誠忠)을 합(合)하야 차(此)를 포명(佈明)함이며, 민족(民族)의 항구여일(恒久如一)한 자유발전(自由發展)을 위(爲)하야 차(此)를 주장(主張)함이며, 인류적(人類的) 양심(良心)의 발로(發露)에 기인(基因)한 세계개조(世界改造)의 대기운(大機運)에 순응병진(順應幷進)하기 위(爲)하야 차(此)를 제기(提起)함이니, 시(是) 천(天)의 명명(明命)이며, 시대(時代)의 대세(大勢)며, 전인류(全人類) 공존동생권(共存同生權)의 정당(正當)한 발동(發動)이라, 천하하물(天下何物)이던지 차(此)를 저지억제(沮止抑制)치 못할지니라….

 

 이는 기미독립선언서 전문의 일부다.

 1919년 3월 l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49년 10월 l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공포함으로써 국경일로 정해졌다.

 

 이날에는 정부에서 기념식을 개최해 순국선열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묵념을 올리며, 민족정신을 앙양하는 각종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삼일절이던 지난 1일 숭례문 앞에서는 300여 민족 운동단체가 후원한다며 범민족 통일국민화합운동단체 총연합회(일명 범민단) 이름으로 삼일절 추모와 함께 민족 중건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중구국학기공연합회와 세계국학원 청년단도 제89주년 3ㆍ1절을 맞아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 앞에서 ‘한민족의 국혼이여, 깨어나라 등의 숭례문 복원 퍼포먼스를 펼치는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많은 시민단체등에서 3ㆍ1절을 기념해 숭례문을 찾고 그 앞에서 고사를 지내고 퍼포먼스등을 펼치면서 민족혼을 일꺠운다는 행사를 펼치고 있는 것이 의미가 깊은 것은 사실이다.

 

 숭례문이란 그만큼 국보적 가치가 높고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어 보지도 못했던 단체등에서 자기들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행사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건재했던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된 상황에서 삼일절을 맞아 순수한 목적으로 순국선열을 애도하는 행사를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불탄 숭례문 앞에서 자신들의 억눌린 응어리를 해소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국보1호가 재건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