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되살아난 전태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숨진 고 전태일 열사.

 

 열악한 노동 환경에 분노하며 분신으로 저항했던 열사가 숨진지 11월13일로 35년째.

 

 그가 이제 청계천 거리에 되살아났다.

 지난 13일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나래교 사이 1.4㎞ 구간이 일명 '전태일 거리'로, 버들다리는 전태일 다리로 거듭났기 때문.

 

 이 거리는 그가 분신 자살했던 청계천 6가 평화시장 앞 일대다. 한때 '전태일 평전'이 금서로 지정돼 읽어볼 수도 없었고 전태일이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부를 수 없었던 암울한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이곳 버들다리에는 지난 9월 말 미술가 임옥상씨가 만든 반신상(半身像)의 전태일 동상이 세워졌고, 바닥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시민 1만5천여명이 참여한 4천여개의 추모동판이 새겨졌다.

 

 고 전태일 역사를 위해 1만5천여명이 참여해 다리와 거리를 조성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노총등에서는 올해의 '전태일 노동상'을 수여하고 있고, 35주기 추도식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내 전태일 묘소 앞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 노동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청계천에 전태일 거리조성 사업을 펼쳐 온 전태일 기념사업회는 열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전태일 문학제', 그리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과 '한일 노동자 문학 간담회'를 여는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이처럼 그를 추모하고자 하는 물결이 노동계 안팎에서 넘치고 있지만 전태일 정신이 오늘의 노동운동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전태일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전태일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씨의 여동생은 "청계천 준공 뒤 이 곳을 와보니 어린 여성노동자에게 희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던 오빠의 모습이 생각나고 '노동의 희망'을 노래했던 오빠가 청계천 한복판에 노동자의 분신이 되어 되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제 오빠가 자신의 눈으로 생전 삶의 터전이었던 평화시장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돼 뿌듯하고 그토록 현장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오빠가 전태일이란 거리와 기념물로 시민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요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로 아직도 시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노동 운동이 전태일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한 시민이 동판에 남긴 '공평하고 사심없는 노동을 위해', '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위하여 산화한 아름답고 거룩한 영혼'이라는 글을 되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