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 정월 대보름은 사라졌나?

우리민족에게 있어 정월 대보름 또한 대 명절이다.

 

정월 대보름이면 각 지역마다 화합을 위해 오곡밥과 부럼등을 나눠먹고 윷놀이로 한해의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해 왔는데 금년에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오는 4월에 있을 제17대 총선 때문.

 정월 대보름 행사는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놀이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중요한 행사중의 하나였다. 옛 선인들은 대보름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뒷동산에 올라가 달집을 태우며 달을 맞았다고 한다. 이 때 달을 보고 한해 농사의 풍ㆍ흉년을 점쳤는데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들고 달빛이 흐리면 흉년이 들고 진하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지고 있다.

 

 서울장안에는 보름날이면 수표교의 청계천 연변에서 연 싸움이 벌어졌는데 이때 구경꾼이 담장처럼 늘어섰다고 한다.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이 같은 우리의 전통을 잇고 길이 보전해야 되지만 이 같은 일은 선거법 저촉이라는 이유로 자칫 사장될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전국동시 지방선거도 아니고 총선에서조차 이같은 민속전례 행사를 제약한다는 것은 일반인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동에서는 통단위나 자생단체에서 정월 대보름 맞이 윷놀이 대회를 개최하고 있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신당1동 초록회나 신당2동 은행나무 상가번영회등에서는 풍물패까지 등장해 지신밟기를 하면서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모습이었을 뿐 모든 행사들이 경직되고 위축돼 있다는 사실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비록 구에서 행사를 위해 일부 예산이 동으로 반영된다 할지라도 주민자치위원회 스스로 자율에 맞게 행사를 주관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하고도 무관한 우리의 민속 행사까지 제약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악법도 법인만큼 지켜야겠지만 우리의 문화를 사장시키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 일전 어린이집과 초ㆍ중ㆍ고 졸업식이 있었지만 선거법 제약으로 구청장 표창을 줄 수 없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구청장 표창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할지라도 학생들의 사기앙양책 마저도 제약하는 것은 문제다.

 

 매년 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행사나 관행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제약할 필요가 있을까. 정책입안자들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선거와 무관하면서 관행적이고 보편적인 행사는 할 수 있도록 풀어 주고 선거와 직결되는 문제는 제약을 더 강화해서 이 땅에 참다운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선거와 보궐선거등으로 지역사회가 경직된다면 이 또한 심각한 폐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