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우산수리봉사 10년 엄광호 옹

고장 난 우산 수리 2천여 개 기증 공적 인정받아 모범구민 표창 받아

파란우산, 검정우산, 찢어진 우산, 비닐우산, 2·3·5단 우산에 반자동·완전자동까지. 없는 우산이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기업체에서 주는 사은·판촉 우산에서부터 소나기를 피하려고 돈 주고 산 3천원짜리 우산까지….

 

집과 사무실 등의 신발장은 물론 승용차 뒷좌석이나 트렁크까지 언제 넣어둔 것인지 기억조차 없는 우산이 쌓여있다.

 

비가 개면 길거리 쓰레기통에는 살이 부러진 우산이 한두 개씩 버려져 있어 손쉽게 우산을 구할 수 있다. 작은 고장만 나도 우산을 길거리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버려진 우산을 주워 정성껏 수리해 필요한 곳에 기증해온 할아버지가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현재 신당6동에 거주하고 있는 엄광호(82) 옹.

 

"손만 조금만 보면 (우산)필요한 사람들은 잘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버려진 우산 그냥 볼 수 없어서…"

 

어렵게 살던 시절, 우산은 귀했다. 몇 개 안 되는 우산을 아버지가 쓰고 출근하고, 부지런한 형·누나가 먼저 쓰고 등교한다. 운 좋으면 살이 비죽 튀어나온 고장 난 우산이나 댓살에 파란 비닐을 씌운 일회용 우산이라도 쓰고 나갈 수 있었다고 엄 옹은 말한다.

 

그는 우산이 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버려진 우산조차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이 폐 우산 수리공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엄 옹은 젊은 시절 우산 관련업종에서 우산수선 기술자로 활동했다.

 

장마철에는 유독 망가진 우산이 많다고 한다. 그의 일과는 길거리에 버려진 우산을 줍기로 시작된다. 골목길, 아파트 수거함, 지하철역 등 버려진 장소도 다양하다. 이렇게 수집한 우산은 집으로 가져간다. 엄씨의 집에는 별다른 특별한 장비도 없다. 오직 손재주로만 폐품이 신품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다.

 

"운동 삼아서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폐 우산을 모아 수리했는데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여기저기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하고 또 어떤 주민들은 고장 난 우산을 가져와 고쳐달라고도 한다.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초등학교, 주민센터, 새마을금고 등 신품으로 변신한 우산은 필요한 곳에 기증한다. 엄 옹은 지난 해부터 자신이 틈틈이 수집해서 수리한 신품 같은 우산을 이복연 신당6동 주민자치위원장에게 300여개 전달했다. 이복연 위원장은 필요한 곳에 기증할 생각이라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버려진 우산을 지나칠 수 없어 수리해 필요한 곳으로 기증해온 세월이 10년 지났다. 그 수 만해도 2천 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현역으로 활동하기 무리가 있지만, 우산수리 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엄씨는 2012 상반기 모범구민으로 선정돼 지난 6월 20일 중구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활동하겠습니다. 버려진 우산 있으면 나 좀 갖다 줬으면…"

 

"(우산을 받은)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에서 삶의 활력소를 느낀다"는 엄 옹은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라도 폐 우산 수리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