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람 / 9년째 저소득층 돕는 원영식씨

기부인생 인정받아 '청룡봉사상' 수상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남동생과 함께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최모(24)씨. 2005년 1월 고 1이던 최씨는 원 회장의 장학금으로 공부, 3년 후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꿈이 바뀌었어요. 교대에 진학해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저도 원 대표님처럼 이웃을 도우며 살려고요."

 

투자금융회사 오션인더블유 원영식(51) 회장은 '나눔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기부천사로 통한다. 그는 2004년 살던 서울 중구의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 7세대에 첫 기부를 시작한 이래 그 숫자를 159세대로 늘리는 등, 현재까지 4억여 원을 정기후원 했다. 지금도 매달 87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학생 31명에게 매달 2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6월에는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해 국제중학교에 입학한 문모(13)군의 미국 체험학습비 389만원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남을 돕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원 회장이 '나눔의 삶'을 실천하게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그가 어릴 때 부모는 30년 넘게 서울 명동서 살고 계셨다. 4남매(1남3녀) 먹이기에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부모는 지게꾼 걸인 등을 만나면 팥죽을 쑤어 주고,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그러다 보니 길에서 만나는 구두 닦는 아저씨도 그와 누나들에게 인사를 할 정도였다.

 

"이웃을 돕는 일이 생각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도 처음엔 방법을 몰랐어요."

 

원 회장의 기부인생이 시작된 것은 2003년 우연히 만난 뻥튀기 장수 할머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나라에서 매달 30여만원씩 나오는데 임대료와 공과금 내면 남는 게 없어 장사를 쉴 수 없다"고 했다.

 

그 해 봄, 그는 아내 강수진(41)씨와 함께 거주지인 신당4동의 동사무소를 찾아가 이수정 사회복지사에게서 후원 대상자 3명을 소개받아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아내는 신당복지관에서 저소득층 도시락 배달 봉사에 나섰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삶이 너무 눈물겨운 거예요. 전기세 아끼려고 불도 안 켜고, 쌀이 없어 경로당에서 주는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어른들도 계셨어요. 혼자 사시는 한 할머니는 도시락을 들고 오는 유일한 말벗 강 씨를 기다리며 골목에 나와 서계시기도 했어요. 사람이, 정이 그리우셨던 거죠."

 

원 회장은 중구가 차상위계층을 지원하는 '드림하티'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후원 대상을 확대해나갔다. 현재 그의 후원대상자는 이수정 복지사(중구 주민복지과 통합조사관리팀장)가 따로 관리하고 있다. 어머니가 2007년 별세한 뒤 들어온 조의금 5천만원을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했고, 그해 가을부터 매년 어머니를 생각하며 관내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경로잔치를 벌이고 있다. 2008년에는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자원봉사자 50여명에게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리기도 했다. 아동보육시설과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의 정기후원도 꾸준히 하고 있다.

 

기부금액이 늘면서 원 회장은 고액 개인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를 주관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권유로 지난 2009년 9월, 11번째로 이 모임에 가입했다. 기부 인생을 시작한 지 9년 동안 정기후원 등을 포함해 그가 기부한 금액이 7억1천400여만원에 달한다.

 

이런 그의 노력이 인정돼 지난 7월 4일 제46회 청룡봉사상 인(仁)상을 수상했다. 상금 1천만원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중구 드림하티 후원금으로 사용하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중 350만원은 긴급 임대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나 전세금(350만원)을 낼 형편이 못되는 중림동 주민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어머니가 그러셨죠. 열 개를 벌면 세 개를 줘라. 그럼 하나님이 열두 개로 채워주신다고요." 그의 꿈은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라도 들어와서 먹어도 되는 그런 식당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부자가 있데요. 돈은 많은데 버스·지하철 타고 다니며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가난한 부자, 승마·골프를 즐기면서 번 돈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품위 있는 부자, 그리고 나눠주는 부자입니다. 꼭 꿈을 이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