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풍요로운 가을의 길목

결실의 계절인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면서도 마음 또한 풍성하다.

 

 여기에다 가무를 곁들인 잔치까지 이어지면 이 만한 즐거움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설악산 대청봉부터 시작된 단풍은 조만간 남해안까지 상륙할 것이라는 보도 또한 바쁜 일상중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단지 태풍 매미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재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중구에서도 10월1일이 구민의 날이어서 각종 풍성한 가을잔치가 열리고 있다.

 

 태풍 매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과 아픔을 같이 나누기 위해 구민체육대회와 일부 행사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남산골 전통축제를 시발로 이달 말까지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남산골 전통축제에서는 우리의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각동에서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중구민 한가족노래자랑이 열렸으며 중구문화예술상도 시상돼 참여한 주민들은 마음을 영글게 했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남산순환도로에서 아침 일찍 주민들과 함께 하는 중구민 한가족 걷기대회는 가을향기와 함께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얼굴들을 보면서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우리를 정겹게 했다.

 

 1일에는 중구민 대상을 시상, 중구민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으며 을미사변 당시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을 모셔놓고 추모제도 올려 역사의 의미도 일깨웠다.

 

 한옥마을에서 제12회 중구 여성백일장을 열고 시 수필등을 시상하게 되며 어린이들의 창작능력 계발과 정서함양을 위한 제14회 어린이 글짓기 대회를 열어 중구민들을 시심에 잠기게 하고 있다.

 

 제3회 중구청장기 중구 꿈나무 체육 한마당 행사와 구립어린이집 가을운동회, 노인잔치도 열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구민의 날로 승화시켜 가고 있다.

 

 매년 구민의 날 마지막 행사로 열리는 중구민을 위한 열린음회가 우리를 기다리게 한다.

 

 이렇듯 가을의 시작과 함께 열리는 중구민의 날 행사는 중구민 모두에게 즐거움을 만끽케하고 떠나는 중구에서 돌아오는 중구로를 느끼게 할만큼 흥겹고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매년 9월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으로 풍성한 가을잔치가 퇴색되고 있어 안타깝다.

 일부에서는 10월이 구민의 날로는 적합하지 않다라는 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일상을 잠시나마 일탈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주민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중구민 한가족 체육대회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각동 주민들과 한자리에 모여 막걸리 한잔을 놓고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