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구의 역사 제대로 기록하자

중구의 명동과 충무로는 화려함과 함께 우리의 근·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공간이며, 신당동 만리동 일대는 서민들의 처절한 삶이 배어있는 달동네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동대문과 남대문, 청계천, 중부시장, 방산시장, 중앙시장 등 재래시장은 농촌에서 상경해 잘 살아보겠다는 꿈과 희망을 영글게 했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인해 소중한 추억과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는데 기록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중구문화원이나 서울역사문화관 등에서는 중구와 서울 전체의 기록을 찾고 있고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적으로도 발간하고 있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발굴·보존하고 있지만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역사의 기록은 발굴하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

 

중구는 종로와 함께 조선시대 500년을 포함해 근·현대사를 함께 해온 역사의 현장이며 문화의 보고다. 이 같은 역사를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찾고 또 발굴하고 수집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록이 없다면 아직 살아있는 분들을 찾아 기억을 들춰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후세들을 위해 정확히 정리된 사료는 우리의 미래를 투영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기록하기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크고 작은 사건부터 일반인들의 삶까지도 사실대로 기록하고 있고 그것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문헌이나 기록들을 잘 보존하고 있지만 잦은 외침과 전쟁 속에서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사라진 사료를 탓할 것이 아니라 사료를 복원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다 같이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큰 사건만이 역사는 아니다. 소용돌이치고 있는 우리의 삶의 현장도 역사다. 서민들의 생생한 삶을 투영할 수 있도록 사료를 찾고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중앙언론이나 지역언론에서 발간되는 신문이나 잡지 등은 국립중앙도서관등에서 영구 보존하고 있지만 그 보도만으로 사회를 제대로 투영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얼마전 약수노인복지관에서 만났던 일부 노인들은 역사의 기록은 없지만 기억 속에 있는 무수한 사료들이 많은데 그것을 기록하려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다행히 이번에 서울역사박물관이 세운상가 일대 등을 기록한 지역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록 영화 2편도 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에는 명동·동대문 시장등을 중심으로 생활문화 조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그 동안 좁고 높은 골목길은 사라져야 할 낙후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추억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체계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