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산 석호정 반드시 존치해야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석호정을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

 

석호정은 장충단 공원에 있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381년 동안 남산을 지켜온 우리의 전통 문화재나 다름없다. 이러한 문화재급을 남산르네상스라는 명분으로 철거, 이전하려는 것은 중구민의 한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궁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통무예로 임진왜란 이후 백성의 상무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훈련됐으며 석호정은 민간 활터로 설치되면서 경복궁내의 오운정에 이어 1630년에 창건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어영청의 분영인 남소영이 있던 남산 석호정은 한때 1만4천명의 한량들이 모였던 무과시험장이기도 했으며, 현재 전국 370개 활터 중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조선 말기까지만 해도 서울 4대문 안에 40개의 활터가 있었지만 현재는 서울에서 석호정과 황학정(사직공원) 등 7개소만 남아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남산 석호정은 일제 탄압에도 민족의 정기를 지키기 위해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린 1928년 제1회 조선궁술대회에서 종합1위를 할 정도의 강팀으로 이름을 날렸고, 1940년 한민족 말살정책에 의해 국궁이 폐쇄될 때까지 우리의 얼을 지킨 민족의 도량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석호정을 철거하려는 정책에 반발해 중구에서는 오는 20일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중구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박영균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고, 나영일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와 민현석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학계, 서울시 담당국장, 시의원, 문광부 규제개혁위원, 언론중재위원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 토론회에서는 1991년 남산제모습찾기 당시 영구보존가치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9년 남산르네상스 계획 발표 당시 이전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석호정을 이전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석호정 아래 중턱을 깎아 체험용 활터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철거를 위한 명분쌓기용 공청회가 아니라 반드시 철거중단을 위한 타당한 당위성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석호정은 철거보다는 오히려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브랜드화 시키고, 2층 누각으로 리모델링해 전통 양식의 전망대와 관람대를 설치하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있는 궁도체험교실을 만들어 한국양궁의 발상지임을 세계에 알리는 등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문화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자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석호정 뿐만 아니라 남산에 있는 리틀야구장, 테니스장등 체육시설도 철거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존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