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무로 영화제 파행 축소논란

중구와 서울시의 예산지원 문제 등으로 존폐위기로 치달았던 제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지난 2일 대폭 축소된 가운데 개막됐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개막 레드카펫 행사에는 홍보대사 김민정 유승호 박하선 오지은 이진 옥지영 오선화 지성원등 배우와, 개막작 '포 더 굿 오브 아더스'의 감독 오스카 산토스, 배우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할리우드 제작자인 존 H.윌리엄스, 제임스 A.홀트, 제스 T.케네디 등이 참석했다. 국내 감독은 '청아'의 김한정호 감독, '분홍돌고래'의 조연수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등이 참석했다.

 

유명 배우들이나 감독들이 불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출품작 감독·배우들이 참여하면서 체면은 유지했다. 그리고 해외 감독이나 배우들이 거의 초청되지 못했다는 사전 설명과는 달리 오스카 산토스 감독과 노리에가 배우 등 상당수가 참석함으로써 조금은 위안이 됐다.

 

그러나 개막식에 김수용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막 기자회견 당시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영화제 개최를 두고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행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고 반드시 해명돼야 한다.

 

중구와 서울시 예산지원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화제조직위원회 직원들도 일부 이탈하면서 행정적인 업무처리가 제대로 안됐음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제의 중심이 돼야 할 배우들이 대부분 불참한 것은 영화인들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열린 제182회 중구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허수덕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영화제 예산은 중구의회에서 통과한 만큼 제6대 중구의회 탓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명예가 실추됐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중구민이나 영화인들이 보기에 중구의회는 형편없고 무지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등 명예실추가 됐는데도 해명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는 최근 KBS가 충무로 영화제의 파행 및 축소 진행으로 인한 영화인들의 실망과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을 중구의회와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 때문인 것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영화의 상징이며 아이콘인 충무로가 이제 더 이상 찢기고 망가져서는 안된다.

 

영화 브랜드로서 무한가치를 지니고 있는 충무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정쟁만 일삼는다면 영화역사는 물론 문화예술의 중구는 고사되고 말 것이다.

 

이제 냉정하게 평가하고 연구해서 내년부터는 비경쟁이 아닌 경쟁영화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영화제조직위원회, 중구청, 중구의회, 서울시, 서울시의회 등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