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신라호텔에서 열리기로 했던 충무로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이 취소되면서 문제가 표면화 됐다. 영화제조직위원회는 주최 측의 사정으로 연기됐다고 밝혔지만 30억원이라는 예산의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섣불리 공식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예산을 받지 못하고 구 예산만으로 진행된다면 이번 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현재 계획돼있는 프로그램의 80%정도를 축소해야 할 입장이라고 한다.
영화제는 지난 3회 이후 제5대 중구의회에서 현장조사를 하는등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빚으면서 예산확보에 실패했다. 제6대 의회에 들어와서도 중구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의견이 많았지만 본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겨우 통과됐다.
서울시 예산을 받지 못하더라도 9월 2일 예정돼 있는 영화제는 예정대로 개최되겠지만 172편으로 예정돼있던 상영편수가 크게 줄어들거나 축제가 전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중심인 중구에서는 현재 명동축제, 동대문 패션축제를 제외하고는 중구를 상징할 만한 축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공과를 떠나 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충무로 영화제를 확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는 하지만 충무로 영화제는 중구의 미래를 책임질 대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영화제가 진행되면서 방만한 운영으로 예산낭비요인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제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면서 영화제다운 영화제로 발돋움시켜야 한다. 21세기는 문화가 대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구를 상징하고 중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이나 외국의 사례를 떠나서 제대로 된 영화 한편이 자동차를 수만대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충무로에 영화인들이 되돌아오고 영화문화관을 짓고 대한민국 영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망할 수 있는 각종 사료들을 정리하는 등 영화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면 세계적인 영화 관광지로 얼마든지 부상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다.
잘 된 것은 더 확대 재생산하고 잘못된 부분은 시정해서 업그레이드 한다면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로 얼마든지 부상할 수 있는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제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는 미래 지향적인 영화제가 되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