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체육센터 앞 작고 오래된 미용실에는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3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손님의 머리 스타일을 매만져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경동 미용실 한상숙(57)씨는 많지 않지만 한 분 한 분 계속 들어오는 손님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무슨 소문이 났을까? 단지 머리를 잘 한다고 해서 소문이 난 것은 아닐 터.
지난 호(본지 247호) 칭찬 주인공이었던 김연아씨는 장애인들의 머리를 해주면서 값을 저렴하게 받는다는 한씨를 칭찬했다.
"특별히 장애인을 도와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특히 시각 장애인과 뇌성마비 장애인을 대상으로 머리를 해준다는 한씨는 무료봉사보다도 손님 개개인의 형편에 맞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손님이 부담을 덜 느끼도록 하는 센스를 지녔다. 뿐만 아니라 아들이 입대한 이후부터는 군인을 보면 모두 아들처럼 느껴져 장애인 뿐 아니라 군인에게도 할인가로 머리를 깎아준다.
얼마 전 성도교회 조용섭 목사로부터 '평생감사'(전광 지음)라는 책을 선물 받은 이후, 한씨는 그 책을 지금까지 꼭 3번 읽었다.
"그 책을 읽은 다음 아침에 눈을 뜨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됐어요. 미용실에 앞 못 보는 시각 장애인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그분들을 보면서도 눈뜰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됐어요."
옆에서 보기에 한씨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을 돕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3명의 친오빠 중 한명이 4살 되던 해 불의의 사고로 말을 못하게 된 일이 있었다. 당시 한씨는 어렸을 때라 그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커지게 됐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타인에게 전가된 것이다.
일산이 고향인 한씨는 남편 박현배(58)씨와 결혼 후 중구에서 살게 됐다. 그런데 그 사연 또한 기가 막히다. 남편 박씨의 어머니, 즉 지금의 시어머니가 소문을 들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한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와서 머리를 하다가 한씨를 며느릿감으로 점찍었다고.
이런 저런 손님 상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미용실에서 일하면서도 어르신 마음에 들게 행동했다는 점은 한씨의 평소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혼 후 회현1가 삼풍아파트에서 30년 동안 거주하고 있다는 한씨에게는 대학생인 성진(28)과 용진(25)이라는 성실하고 든든한 아들이 있다.
한씨는 자기 일에 충실하며 성실하고 착한 두 아들과 퇴직 후에도 쉬지 않고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는 남편 덕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넉넉한 마음에서 인심이 나오는 법이다.
이렇게 가정을 꾸려 30년간 중구에 거주하면서 한씨는 중구에 대한 애착이 생겨버렸다.
"중구에서 산다는 것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특히 옆에 회현체육센터가 생긴 이후부터는 목욕다니기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고들 해요. 하지만 학원이 많지 않아 불편한 점도 많죠."
하루에도 다양한 손님의 대화상대를 해주면서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훤히 꿰뚫고 있는 한씨는 중구에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문제점 또한 지나치지 않는다.
"제가 건강하다는 것이 항상 고맙고, 몸이 불편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 나름의 방식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구민들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