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고유의 음식 '떡' 이야기 ① / 사진전문가서 떡집 주인으로

충무로 '엄마네 떡집' 최해순 대표

본지는 이번 호부터 우리 고유의 음식인 떡 이야기를 시리즈로 마련, 우리문화를 재조명해 보고 떡의 종류와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연재한다.

 

 조그만 구멍가게지만 전문 현상소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싶으면 쓰고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으러 들로 산으로 헤매는 내 모습 속에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고개 들고 서서히 자라는 외로운 공포란 놈이 밤을 훔쳐가기 시작했을 때 그 공포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다. 그곳으로부터의 탈출이 무미건조한 것이라 해도 일단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쫓아다녔는데 모두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가끔 떡을 맞추러 가는 떡집에 영명축일(천주교에서 영세·견진성사 때 받은 세례명을 기념하는 날) 선물 떡을 주문하러 갔다가 떡치는 그 주인의 손놀림이 아름다워 떡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지만, 문제는 배우는 일이었다.

 

 그 집은 인절미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라 여러 가지 떡을 만드는 곳을 찾기로 하고 인사동의 떡집이란 떡집은 다 찾아가 허드렛일 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지 물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한 떡집에서 새벽 5시부터 찾아가 떡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 그 곳에서는 방아 찧는 일 물 반죽하는 것 시루 앉히는 것 등을 진지하게 가르쳐줬다.

 

 그렇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운영하던 현상소 3/1에 칸막이를 하고 떡 기계를 완벽하게 갖춘 뒤 2005년 12월12일 가게를 열었다.

 

 처음엔 쌀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밥, 떡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시루떡 바람떡 꿀떡 등 몇 가지뿐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쌀과 떡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고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떡의 이름과 떡에도 절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동안 알고 있던 떡의 가짓수보다 만들 수 있는 떡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쌀에 어떤 고명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떡 맛이 틀리고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떡의 이름이 결정되는데,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고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찔 수 있는 무한한 가짓수와 창의력을 쌀가루가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뒤로 병이 있는 사람은 병이 낫고,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떡을 쪄보자는 마음으로 고명하나를 구입하는 것부터 쌀을 고르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밥이든 떡이든 쌀이 좋아야 맛이 좋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게 떡을 만드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훗날 내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임해가려고 한다.

(엄마네 떡집 ☎ 02-2237-9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