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닌다는 명동. 각양각색의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06년도부터 명동 고시원에 거주하며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선천성 뇌병변 2급장애를 지닌 최재은(29)씨는 서글서글하고 맑은 눈망울을 지닌 똑똑한 청년이었다.
"작년 10월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활용능력, 회계, 세무 등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경쟁하려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즐겁고, 가능성이 보이면서 성취감을 느끼니 보람도 있고요."
최씨는 원래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사)내일을 여는 멋진여성 등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했었다. 긍정적인 환경이 마음에 들어 최씨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일을 즐겼지만, 다리에 통증이 생긴 이후 아쉽게 그만두게 됐고 그 이후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고.
"현재 다리 통증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앉아서 할 수 있는 쪽으로 취업을 고려중이에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다시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거예요. 특히 기관이나 센터 등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최씨는 1982년 경남 창원에서 출생해 현재 '풀잎마을'이라 불리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19년 동안 가족과 다름없는 시설 직원, 동료, 친구들과 함께 생활을 했다. 그러다 경기도로 대학을 입학하게 돼 시설과 아쉬운 작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최씨는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했다.
"힘들 때도 많았어요. 특히나 주변에 어른들이 없다보니 중요하거나 사소한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혼란을 많이 겪었죠. 내가 한 선택이 과연 잘 한건지 못 한건지 곁에서 봐주고 조언을 해주는 어른들이 없어서 자극을 받지 못했어요."
최씨의 힘겨운 자립에는 어른대신 진지한 충고를 마다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었다.
"저는 지내온 환경 탓에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이기적인 저의 모습을 지적하고 때론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마음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그는 가끔 시설에서 생활했던 때를 회상한다. 시설의 원장과 부원장 등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짜 가족처럼 챙겨주고 관심 있게 바라봐주던 그 때를 말이다. 그 순간들을 회상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최씨는 그동안 사람들에게서 받은 것을 잘 기억하고 좋은 점만을 마음속에 담아 주변에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저는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는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 분들을 떠올리면서 제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한 단계 한 단계 극복하면서 살고 싶어요."
※중구민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