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말하다/속죄

한 소녀의 오해가 부른 비극

 국내 개봉한 영화 '어톤먼트(Atonement)' 원작소설 ‘속죄’는 영국의 세계적인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이다. 영국 BBC 방송 주최로 독자들이 직접 투표해 선정하는 ‘피플스 부커(People's Booker)’상을 수상하는 등 영미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매큐언의 폭넓은 이해와 깊은 통찰이 녹아있다.

 

 주인공 브라이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 소녀다. 언니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를 짝사랑하던 중 세실리아와 로비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다. 사촌언니인 롤라가 괴한에 의해 강간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목격한 사실과 상상력을 조합해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로비가 감옥에 가는 대신 2차대전에 참전하는 길을 택하는 순간 연인의 운명은 한 소녀의 오해 앞에 파국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세실리아는 집을 나가 간호사로 일하고, 브라이오니 또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안락한 가정을 뒤로하며 간호사로 전쟁터에 나간다.

 

 매큐언은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을 손에 잡힐 듯 묘사하면서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연인의 비극을 유려하게 서술한다. 영화로 각색될 정도의 탄탄한 구성,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는 작가의 장중한 문체를 통해 그려진다.

 

 실제로 두 연인은 재회하지 못하지만 브라이오니의 작품 속 두 사람은 허구의 힘을 통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전쟁 속에서 죽어간 두 사람의 현실도 소설속에서 맺어진 사랑을 막지 못한다.

 브라이오니의 속죄는 이제껏 보아왔던 어떤 속죄보다도 아름답다. <이언 매큐언/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