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뽀 / 불량식품장터

'동전 몇 닢에 추억은 한입'

 

◇손님이 내민 쫀드기, 쫄쫄이 등 불량식품을 주인이 봉지에 담고 있다. 뽑기판 옆에서 판매원이 쪼그리고 앉아 달고나를 만들고 있다.

 

쫀드기ㆍ달고나 과자 등 불티

70년대 먹을거리 시선 집중

 

 "불량식품 먹는 맛, 아이들은 몰라." 지난달 28일 오후 12시40분께 서울 중구 정동극장 앞에서 점심을 막 끝낸 회사원들이 발길을 멈췄다. 30대인 이들은 좌판 가득 널려 있는 쫀드기, 쫄쫄이, 아폴로, 맛기차, 밭두렁 등 과거 불량식품으로 여겨져 '기피대상'이었던 과자를 구경하느라 어린아이처럼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어머, 이게 뭐야. 어릴 때 먹었던 불량식품이잖아"라며 반가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여성이 쫀드기ㆍ아폴로 등을 사들고, 그 자리에서 포장지를 뜯어 신기한 듯 요리조리 관찰(?)하더니 입 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한 40대 회사원은 아들에게 사다줘야겠다며 한 봉지 집어들기도 했다.

 

 좌판에는 과자 외에도 공기, 구슬, 아톰인형 등 장난감과 '참 잘했어요' 도장, 달고나 세트 등도 있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집어든 한 30대 회사원은 "어릴 때 선생님한테 매일 이 도장을 받았다"며 동료들에게 자랑했다. 물론 동료들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주인은 여기저기에서 건네는 돈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량식품은 3개 1,000원, 장난감 등은 1,000∼1만원에 판다. 하지만 말만 잘하면 깎아주기도 한다. 제일 잘나가는 불량식품은 역시 쫀드기다. 주인은 "하루 평균 30만∼50만원쯤 팔릴 정도로 불량식품의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날 정동극장 앞에 들어선 불량식품 장터는 이 극장의 가족뮤지컬 <돌아온 부리부리 박사>를 공연하면서 마련한 것이다. 이 장터에는 불량식품뿐 아니라 뻔데기, 알감자, 뻥튀기, 소라, 달고나 등 1970년대 추억의 먹을거리들도 있었다. 달고나는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줬다.

 

 추억의 물건들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아톰만화 포스터, 딱지, 종이인형, 손톱으로 공을 튕기는 축구놀이판 등이 다 큰 어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땐 이랬지…"하며 추억의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폰을 연방 눌러대기도 했다.

 

 이번 이벤트를 준비한 불량식품 판매 전문사이트 깜부닷컴의 정영민 사장(24)은 "불량식품이나 물건들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는 5월 말까지. (굿데이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