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사학 탐방 / 서울실용음악학교

출중한 실력 갖춘 음악인 양성의 요람

 

◇서울실용음악학교 전경.

 

기타ㆍ베이스ㆍ드럼ㆍ피아노 등 7개 전공

유명음대 출신 교사 일대일 맞춤식 교육

학생들 높은 진학률ㆍ활발한 음악 활동

시설확충ㆍ정원 늘어 발전적 변화 계속

 

 태어나서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생명연습의 한복판에서 홀로 벌이는 사투는 외로움의 극치다. 졸업은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문득 깨닫게 되는 찬란한 관문이다. 정든 학교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 헤르만 헤세는 ‘유리알 유희’에서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음을 요제프 크네히트의 유고 중 ‘계단’을 통해 읊고 있다.

 

 중구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졸업식 일정에서 지난 19일 서울실용음악학교가 콘서트로써 특별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신당5동 골목을 다니며 그동안 수없이 무심코 지나쳤던 서울실용음악학교를 찾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 희미하게 여겨졌던 인생의 계단이 뚜렷하고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 고1ㆍ2 추가 수시모집 원서접수

 

 신당5동은 아직까지 아파트가 없는 동네다. 황학동 중앙시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즈넉하게 주택가가 형성돼 있다. 이리저리 연결되는 골목을 다니다 보면 시원스러운 창문을 가진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 하나가 눈길을 붙잡는다.

 

 ‘SEOUL MUSIC INSTITUTE 서울실용음악학교’. 음악의 길을 걸으려는 중학생들이 열렬히 입학하고 싶어 하는 (고교과정의) 학교다. 건물 앞길에 내걸린 미국 유명음대 합격축하 플래카드를 통해서도 드러나듯, 인기 아이돌 그룹에서부터 음악성에 있어 정평이 난 밴드의 멤버에 이르기까지 이 학교 출신들의 면면은 음악지망생들이 왜 그토록 서울실용음악학교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지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졸업공연 전날, 기본적 팩트 취재를 위해 방문한 4층 교무실에서는 원서접수와 상담 등으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학교 신입생 모집을 오는 26일까지 실시하며, 고1ㆍ2 추가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오는 3월18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3층 교실들에서 피아노를 치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산뜻한 교복 차림은 쾌적한 교실환경과 잘 어울렸다. 2층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1층 콘서트홀에서는 학생들이 공연연습을 하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서 악기가 연주되다가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기가 반복되는 소리를 들으며, 훌륭한 역량은 고독한 공간에서 지난(至難)한 수련의 과정을 통해 잉태된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겼다.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것과 같이 진지해 그들에게 선뜻 말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 순간들을 조용하게 지키며 다음날 졸업공연을 향하는 시간을 함께하는 것으로 첫날 취재를 마무리했다.

 

 공연 당일, 졸업식 예정 시각인 오후 5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사운드 점검을 비롯한 리허설이 전날 연습과는 사뭇 다르게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언제나 그랬듯 성실하게 진행됐다. 교사들과 함께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모여 저마다 맡은 분야에서 열심이었다.

 

 ◈ 정규 고등학교 학력인정 받아

 

 현재 서울실용음악학교에는 미디 작ㆍ편곡 전공과 함께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색소폰 보컬, 모두 7개 전공이 개설돼 있다. 각 전공별로 2~3명, 한 학년 20명이 정원이다. 학년당 1학급이며, 학교설립자인 장학일 교장(예수마을교회 담임목사ㆍ인터뷰 7면)을 비롯해 교직원은 32명이다.

 

 버클리 등 유명음대 출신 교사가 학생에게 일대일 맞춤교육을 실시, 미국 유수의 음대 합격자를 다수 배출해 왔으며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합격, 높은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서울실용음악학교는 지난 2000년, 장학일 목사가 버클리음대 출신 전도사와 함께 신당동 지역의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교회에서 음악과 영어 등을 가르치는 대안교육으로 시작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한 학생들이 미국의 명문음대에 잇따라 진학하는 결실을 맺은 가운데, 장 목사의 자제인 장영찬 교감이 지난 2005년 귀국함에 따라 학교설립과 교사진 구성 계획이 본격화됐다. 2005년 서울실용음악학교 설립위원회가 결성돼 이듬해인 2006년 현재의 자리인 신당5동 67-24에 교사(校舍)를 세우고, 버클리음대 출신인 장 교감이 친지들을 영입, 교사진을 이뤄 수준 높은 수업을 실시했다.

 

 외형적으로 학교의 모습을 갖추고 실질적으로 커리큘럼을 짜 교육이 이뤄졌지만 제도상 학력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 2008년 12월23일자로 ‘각종학교(대안학교)’ 서울시교육감 인가를 받아 2009년 3월 입학생부터 정규 고등학교 학력 인정을 받게 됐다. 학생들은 그동안 검정고시를 통해 대입 자격을 얻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서울실용음악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는, 음악을 향한 꿈과 믿음으로 제도권 교육을 떠나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훌륭한 사람들이다.

 

 2학년 재학 중 버클리음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해 이번 졸업식에서 조기졸업장을 받은 임남경 양은 부모를 진실한 마음으로 설득해냈다. “서울실용음악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조금 다른 길을 가는 딸이 걱정스러우셨던 거죠. 하지만 저에게는 이 길이 최선이었어요. 저를 믿어주시고 보살펴 주신 아빠 엄마, 사랑해요.”

 

 임 양의 어머니 김향숙 씨도 감회에 젖어들었다. “남경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참 행복해 했어요. 선생님들을 존경하며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애 아빠와 저 모두 행복했어요.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3학년 재학 중 버클리음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해 오는 8월 출국 예정인 김성희 양은 이번 졸업식에서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버클리를 목표로 학교에 입학했지만 설마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생님들께서 섬세하고 따뜻하게 잘 가르쳐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대로 따랐더니 꿈이 이뤄졌어요. 앞으로 드라마 음악가나 여러 장르를 다 작곡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 뜻있는 독지가의 도움도 필요

 

 존경하는 교사들에게 배우며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다는 건 학생들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3학년 담임을 맡았고 드럼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유상일 교사는 “졸업할 때 음악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성장한 학생들을 보면 흐뭇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제 간에, 학우 간에 돈독한 정으로 뭉친 그들의 애교심(愛校心)은 졸업식 날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예술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기타연주자 윤해천 씨는 지난해 졸업을 했음에도 이번 공연에 흔쾌히 동참해 신들린 듯한 연주를 펼쳤다. 2학년 조기졸업을 하고 현재 명지대 기독교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이필용 군은 “동창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다”고 말했고, 졸업공연에서 ‘월드스타’를 꿈꾸는 뮤지션답게 멋진 노래와 열정적 무대를 선보였다. 역시 2학년 조기졸업을 하고 현재 호원대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드럼연주자 김병창 군은 공연의 사회까지 맡아 재치 있는 진행을 선보인, 장래 실용음악 교수를 꿈꾸는 속 깊은 음악도다.

 

 이날 졸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2학년 조기졸업을 하고 대학재학 중인 상태에서도 고이 간직했던 교복을 깨끗하게 입고 졸업식에 참석해 빼어난 공연을 만들어 냈고, 발 디딜 틈이 부족할 정도로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인파는 함께 울고 웃으며 하나가 됐다.

 

 공연은 이제까지 1학기말과 졸업식 때 실시해 왔지만, 지난달 28일 처음 열린 마을음악회(▲본지 2월3일자 10면 보도)의 반응이 좋아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적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신입생 정원이 50명으로, 학급이 2개로 늘어났다. 팀 리 학부장은 “규모뿐 아니라 커리큘럼에 있어서도 탄탄한 음악적 소양과 풍부한 창의력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사 중인 2층에는 앙상블룸이 증설되고 인근 건물에 개인연습실이 마련될 예정으로 시설면에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장영찬 교감은 “우리 학교는 궁극적으로 전교생이 전액 장학금을 받는 교육지원환경을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뜻있는 독지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악의 길, 음악인의 삶은 고난의 행로다. 이제 막 그 선로에 들어선 그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서울실용음악학교 졸업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