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민들의 숙원사업인 회현고가차도가 지난 8월23일 철거된 이후 명동일대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지자체와 상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구와 주민들은 관광특구로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고, 지하상가 상인들은 생존권을 들어 강력하게 저지하고 있어 갈등 해소를 위한 시급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구에서는 지난 6일 새벽 1시쯤 명동 밀리오레 앞 도로에 남산동과 명동권역을 잇는 횡단보도 설치 공사를 추진했지만 명동역지하쇼핑센터 상인들의 저지로 중단됐다.
중구에 따르면 9일 현재까지 1차적인 기초공사만 진행된 상태이며 명동역지하쇼핑센터 상인들이 매일 현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명동권역과 남산동을 연결하는 횡단보도 설치는 주민들이 20년 전부터 시ㆍ구청, 경찰청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숙원사업으로, 시에서 추진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 연계는 물론 횡단보도로 명동관광특구와 연결시키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남산동 일대에는 숭의여자대학 정화예술대학 리라정보고 리라초 남산초 숭의초 등 여러 학교가 있고, 또 남산동 일대에는 많은 시각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어 통행편의 제공문제가 제기돼 왔다. 현재 남산동에는 시각장애인 쉼터가 있고 맹인교회가 명동 관할 법정동인 회현동에 위치하고 있어 이들이 지하보도를 다니는 데 어려움을 해소해 달라고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명동주민 2천240명이 연대서명한 횡단보도 설치요청서를 8월에 시와 구청에 송부했으며, 9월에는 명동주민자치위원회 명의로 구청에 공문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했다.
조만호 명동주민자치위원장은 “명동 주민들은 지역 발전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는 자세”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명동이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현고가차도 철거 논의 당시 명동 일대 횡단보도 설치계획이 확정돼 있는 상태에서 지난 7월 합의를 통해 구청에서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됨에 따라 경찰청 심의를 거쳐 남산동과 명동을 연결하는 횡단보도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생기면 기존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매출감소는 물론 생존권 자체에까지 위협이 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구에서는 관광업체와 연계해 한 해 명동을 찾는 외국 관광객 5~6만명이 관광과 함께 자연스럽게 명동역지하쇼핑센터 물품 구매로 이어지도록 관광쇼핑벨트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주영 건설교통국장은 “서울시와 협의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지하상가 상인들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명동역지하쇼핑센터 상인 측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려면 공간이 협소해 몇 개 점포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생존권 위협이 될 수 있고, 관광업체와 연계한 활성화 방안도 별다른 메리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인들도 합리적 해결을 위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미숙 명동역지하쇼핑센터 상인회장은 “현재 계획된 위치에서 100m 정도 내려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지하상가 출입구를 피할 수 있어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인들의 입장을 면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렇듯 주민 지자체 그리고 상인 모든 당사자들이 횡단보도 설치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