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 ‘증오’ 테러리스트의 탄생

핏빛 참극에 대한 신랄한 통찰

2009년 대한민국은 애도의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화합과 소통의 새로운 시작이 됐다. 하지만 인‘間’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증오와 분쟁은 끊임없이 되풀이 됐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선가는, 또 다른 ‘카인과 아벨’들이 핏빛 참극을 연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증오’는 테러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무치도록 미워하는 극도의 감정은 사실 자기 내부에서 빚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바깥의 특정 대상에게 돌리고 집착에 빠져 공격성을 띠는 프로세스를 밟게 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오늘날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고도화에 따른 물리적 공간성의 탈피를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나치스의 만행처럼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의 집단 간 갈등이 첨예했다면,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혹은 그 어떤 첨단 통신수단을 통해 공간의 테두리는 무의미해졌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감정의 공유가 손쉬워진 시대다.

 

 적개심 가득한 눈빛을 이글거리며 포즈를 취한 난민촌 소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면 ‘증오 - 테러리스트의 탄생’을 통해 화합과 소통으로 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의 경로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윌러드 게일린 / 신동근 옮김 / 황금가지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