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 고가도로 철거 명암 교차

주민,지역발전 ‘기대’… 회현 지하상가 ‘울상’

고도성장의 랜드마크에서 도심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회현고가도로 철거 작업이 한창 진행됨에 따라 지역발전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 회현 지하상가 생존권 위협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1977년 6월 회현동3가 11죿88 사이에 자리한 이후 폭 15m 길이 300m 왕복 4차선 규모의 회현고가도로는 고도 산업화 시기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를 대변하는 상징적 시설물이었다.

 

 수십 년이 흘러 명동과 남대문 양쪽 진·출입 차량과 고가 밑 이용 차량이 한데 뒤엉켜 실질적으로는 병목현상을 일으켰고, 남대문시장과 명동 가운데 위치해 남산 조망을 가로막아 도시 경관을 해치고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흉물이 됐다.

 

 이에 지역 숙원사업으로 지난 7일부터 해체 공사에 돌입, 내달 초 공사가 완료되면 오는 10월 정식 개통을 통해 숙원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기대치는 한껏 고조돼 있다.

 

 오정근 회현·약수 고가차도철거추진연합회장은 “회현고가 철거로 30년 이상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주민들에게 지가(地價) 상승 등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산 르네상스 사업과 연계 조망권 확보와 함께 환경 개선에 대한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청계천 복원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대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의 감소가 전망되고 고가도로 아래의 슬럼화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쓰레기와 청소용품 그리고 초소 같은 시설물 등으로 문제되는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경기 활성화에 대한 바람이 절실하다. 회현고가도로로 인해 사실상 단절됐던 남대문과 명동 각각의 관광특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지역상권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용곤 회현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예전에 회현동에는 남대문시장에 납품하는 의류봉제공장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남대문 의류 산업이 쇠퇴하면서 회현동 경제도 동반 하락해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회현동은 사실 중구 중에서도 낙후된 곳이다”면서 “회현동이 남대문과 남산 서울역 명동까지 연결하는 중추 지역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렇듯 회현고가도로 철거 자체는 당위성이 인정되고 있지만, 30년 넘게 지속된 체계의 변화 앞에서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핵심은 횡단보도 설치 문제다.

 서울시는 회현고가도로가 철거된 회현사거리에 횡단보도를 만들어 보행자 이동 편의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조만호 명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 대다수가 환영의 뜻을 가지고 있다”면서 “노인이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현지하상가 225개 상점은 횡단보도 설치 방침으로 인해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회현고가도로 사이를 건너려면 이제까지는 회현지하상가를 거쳐야 했지만, 횡단보도가 생기면 사람들이 굳이 지하상가까지 내려오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회현지하상가 상인회 측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유동인구 감소로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지난 5월8일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서울시의 횡단보도 설치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문 서울시 도로시설계획팀장은 “회현지하상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용역을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인회 측은 에스컬레이터와 횡단보도 설치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횡단보도가 있으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 해도 이용률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와 상인회 측에서는 서로 합리적으로 대화할 의지를 내비쳐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