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하우스키핑

다시 올 수 없는 시절을 추억하며

‘하우스키핑’은 미국 타임지가 창간 1923년부터 2005년까지 전 세계에 영어로 출간된 모든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한 '100권의 책'에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 이언 매큐언의 속죄,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등과 나란히 선정되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아마존에서 추천 작품 첫 번째로 꼽은 바 있다.

 

 루스와 그의 여동생 루실 자매는 핑거본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며 끊임없이 가정의 불상사를 겪는다. 외할아버지는 열차사고로 익사했으며, 엄마는 절벽에서 자동차를 몰아 자살했다. 두 자매를 비롯한 핑거본 사람들은 자연재해와 가족의 부재가 초래하는 비극을 이겨내고자 끊임없이 집안살림을 꾸려나가지만 죽음과 상실은 필연적으로 그들을 찾아온다.

 

 하우스키핑은 '고독이 행복할 수 있는가,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모든 사람들에게 같을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다.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등 삶의 실체를 보여주며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고찰한다. 이 소설은 상실로 점철된 두 자매의 어린시절 이야기임과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잊힌 과거 속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웠던 때를 추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원제인 ‘Housekeeping’은 단순히 집안을 꾸려나가는 살림의 의미보다는 상실과 해체 위기에 처한 자아와 가족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는 몸부림을 의미한다. 화자의 회상으로 전개되는 삼대에 걸친 비극적인 삶에는 상실과 기다림, 사랑의 덧없음과 삶을 스쳐지나가는 모든 일시적인 것들에 대한 향수가 깃들어있다. 작가 메릴린 로빈슨의 순수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문체는 순수문학에 목말랐던 독자들을 다시 심오한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메릴린 로빈슨/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