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기행 / 신당동 ‘천 팥죽집’

정성담긴 팥죽 한 그릇 맛보셨나요?

체에 곱게 내려 부드러운 맛

신선한 겉절이 동치미도 별미

 

 겨울을 추억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동지날 먹었던 따끈한 팥죽 한 그릇의 기억이다.

 

 신당동 천 팥죽집은 팥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신당역 4번 출구 옆 안국약국을 지나면 팥죽집이라고 빨간 글씨로 쓰여진 상호가 보인다. 이곳은 지난 2006년 12월에 KBS 무한지대 큐에 소개될 정도로 숨은 맛집이다.

 

 이집의 메뉴는 팥죽(5천원)과 팥칼국수(4천원) 단 두 개다. 포장도 가능하며 주로 2인분 이상 주문할 때는 커다란 그릇 하나에 넉넉한 양의 음식이 담겨온다. 종종 개인 그릇에 담아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 개인 그릇은 청자로 만들어져 그릇의 푸른색이 붉은 빛과 어울려 먹는 이의 식욕을 돋운다.

 

 팥은 몸이 찬 사람이나 따뜻한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다. 몸의 균형을 맞춰줌으로써 몸이 뜨거울 때는 적당한 온도로 낮춰주고 차가울 때는 몸이 따뜻해지게 한다.

 

 이 집의 팥죽을 자세히 보면 쌀은 없고 새알심만 들어있다. 산간 지방으로 들어가면 찹쌀이 귀해 멥쌀이 들어가고 새알심이 고명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본디 새알심이 팥죽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고.

 

 팥죽과 함께 나오는 사철 겉절이 김치와 동치미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집만의 자랑거리다. 고춧가루까지 직접 빻은 신선한 김치와 아삭아삭 시원한 물김치는 죽과 함께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반찬이다. 시장에서 파는 팥죽은 오랜 시간 끓여 죽의 입자가 퍼져있고 껍질을 제거하지 않아 입안이 퍼석한 느낌에 금방 물린다. 주문을 받을 때마다 새로 만드는 이 집의 팥죽을 넣으면 곱게 다져져 알맞게 익은 팥 알갱이의 감촉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국산 팥을 삶아 체에 곱게 내린 것이 부드러운 맛의 비결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이 추운 겨울에만 먹는 음식으로 여기지만 전 사장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그는 "원래 찬 음식은 계절 불문하고 몸에 좋지 않다"고 하면서 따뜻한 음식은 어느 계절에나 몸에 좋은 음식임을 강조했다. 가게 벽면에는 팥의 효능에 대한 글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종이 위에 정성스럽게 쓰인 붓글씨는 서예가 취미인 전재호 사장의 솜씨다.

 

 전 사장은 가게를 열고 영업을 시작한지 근 10년이 되니 이제 좀 단골이 생긴다며 겸손하게 말한다.

 

 "내 친척들, 내 친구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사장. 그가 만든 팥죽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손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신당동 천 팥죽집 ☎02-2237-6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