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남산 고도제한 '슬기롭게' 완화한다

주민 공론화 바탕으로 고도제한 완화 의견 수렴 집중
연구 용역, 협의체 구성, 설문조사, 동별 공론장 등 마련
주민 인식조사 결과에선 전면 해제보다 합리적 완화가 타당

 

서울시가 올 상반기 중 남산 고도제한 완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구(구청장 김길성)도 이번 완화 방안에 구와 주민 의견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걷고 있다.


중구는 '남산 고도제한 완화 방안 검토 및 기본구상 용역'을 시작으로 주민협의체 구성, 동별 공론장 및 주민 100인 공론장, 주민 인식조사, 전문가 대토론회, 각종 설명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의견을 모아 왔다.


아울러 지난 5월 4일, 김길성 중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으면서 완화에 대한 주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30년 주민 숙원이 처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는 만큼, 중구는 무엇보다 '주민 공론화'를 기반으로 누구나 공감할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총력을 쏟고 있다.


◆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 공론화 시도
먼저 중구는 지난 3월 관내 남산 고도지구가 분포된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다산동 주민을 대상으로 '남산 고도제한 완화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구성원 대부분이 고도지구 내 토지 등 소유자로서 낙후된 주거환경 속에 수십 년간 불편함을 감내해왔다. 구는 이들에게 사업 추진현황을 가장 먼저 전달하고 의견도 비중 있게 반영했다.


첫 정기회의에서는 고도지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중구의 연구 용역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이어 주민 공론장 첫 시도였던 4월 2차 정기회의에서는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해 원탁토론 방식으로 협의체 회원들의 불만과 생각을 자유롭게 도출했다.


구는 주민 의견을 좀 더 세밀히 듣기 위해 동별 공론장을 세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필동-장충동, 회현동-명동, 다산동으로 권역을 나눠 원탁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전문교육을 받은 주민 퍼실리테이터가 토론을 도와 주민 참여 의미를 더했다.


5월 3일에는 주민 대공론장인 ‘주민공감 100인 100색’을 개최했다. 이날 열띤 분임 토의 후 참석자들이 차례로 공개 발언하면 다른 참석자들은 전자투표로 공감대를 표현했다. 중구가 실시했던 주민 인식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남산 고도제한 완화의 소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마음을 모으기도 했다.


중구는 이 같은 공론장 운영을 통해 192건의 주민 의견을 받았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고도제한 폐지'처럼 과감한 조치를 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으나 주민 대부분은 남산 경관 보존도 중요한 만큼 각각 지형에 맞는 합리적인 완화가 현실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다수의 권리(남산 조망권)를 위해 소수의 재산권 침해가 지속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과 함께 남산 주변 낡은 주거환경과 열악한 기반 시설에 대한 개선 없이는 젊은 세대 유입을 기대할 수 없으며 도심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구는 지난 3월 21일 한국도시설계학회와 함께 '남산 경관관리의 현안과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전문가 대토론회를 열었다. 3시간 가까운 진행에도 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했다.


◆ 남산 고도지구 내 주민 인식조사 “합리적 완화 타당”
중구는 여론조사 전문업체와 함께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7일까지 남산 고도지구 내 토지 등 소유자와 거주민을 대상으로 '남산 고도제한 합리적 완화 추진을 위한 주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문항은 20개로 △주거환경 만족도 △남산 고도지구에 관한 기본 인식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 정도 △합리적 완화 범위 △완화 시 주거 정비 의향 △고도제한 유지 시 필요한 공공지원 등을 물었다.


구는 이번 조사를 통해 모두 764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먼저 응답자 72.6%는 남산 고도지구가 주거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고 84.4%는 이로 인해 재산권이 침해받는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남산 고도지구 내 노후도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86.6%가 높이 규제를 지목했고 이어 54.1%는 복잡한 개발 절차를 꼽았다.


핵심 질문인 남산 고도제한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자 53.8%가 '현재보다 완화'에 힘을 실어 '고도제한 전면 해제'를 택한 33.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어 고도제한 완화 정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1∼7층 완화에 50.4% △전면 해제에 27.6% △7층 이상 완화에 21.1%로 응답율이 분포됐다.


고도제한 완화 효과로는 응답자 과반수 이상인 52.7%가 주거환경 개선을 꼽아 12.2%를 나타낸 지역 활성화를 압도했다.


이 밖에 고도제한 완화가 어려울 때 주거환경에 필요한 지원사항을 묻는 항목에서는 응답자 37.3%가 주택 개발 사업 관련 절차 간소화를, 27.4%가 주택 유지보수를 위한 지원금을 택했다.


◆ 맞춤형 설명회・아카데미,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오해 차단
중구가 작년 하반기부터 각종 정비사업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본격 시작한 '찾아가는 주민설명회'와 '찾아가는 주민 아카데미'는 말 그대로 '히트 상품'이었다. 매회 주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물론,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들어왔다.


구는 이를 남산 고도제한 완화 추진에 그대로 적용했다. 지난 3월 '고도지구의 이해'를 주제로 주민 아카데미를 세 차례 열었다. 남산의 역사에서부터 고도지구 지정 경위 및 근거, 남산 고도제한의 맹점, 구의 고도제한 완화 방향 등을 소개하며 주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알렸다.


이어 4월에는 관내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남산 고도제한 합리적 완화 추진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남산 고도제한 전격 폐지'나 '전부 완화'와 같은 타이틀을 붙인 자극적인 콘텐츠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자칫 일반 주민들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


구는 주민과 일선 접촉하는 공인중개사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진행 동향을 공유하여 그릇된 콘텐츠로 인한 혼란을 사전 차단하고자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100명이 넘는 공인중개사들이 모여들어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 고도제한 합리적 완화 방안연구 용역 시행, 8월 마무리 목표
남산 고도지구는 서울시가 남산 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1995년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전체 면적은 242만㎡로 111만㎡가 중구에 속한다. 높이 제한은 12m에서 20m까지 구역별로 다르다.


문제는 남산 주변의 심각한 노후화다. 주변보다 턱없이 낮게 설정된 건축물 높이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개발까지 가로막았다. 그러다 보니 고도지구 내 건물들은 대부분 준공된 지 20년이 넘었고(89%), 30년이 지난 건물도 60%에 달한다.


중구는 지난 1월부터 '남산 고도제한 완화 방안 검토 및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완화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남산 고도지구 지정 근거가 되는 '남산 제모습 찾기' 최초 계획까지 샅샅이 뒤지며 모호하고 불합리한 내용을 찾아 개선안을 도출하고 있다.


특히 고도제한 근거 중 하나인 부감 경관(산 정상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는 경관)에 대해서도 촘촘한 현장 답사와 시뮬레이션으로 한계를 밝히고 지점별 적정 높이를 도출하는 등 완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중구는 6월 중 주민협의체 3차 정기회의를 열고 본 연구 용역의 중간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아울러 이날 김 구청장은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며 주민들의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30년간 중구 발목을 잡으며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남산 고도제한의 빗장이 곧 풀리려 한다"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고도제한 완화 방안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