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람 / 종중서 공적비 세워준 신당5동 정 명 준 옹

"공적비는 내게 너무 과분합니다"

 

살아있는데도 종중에서 공적비를 세워준 정명준 옹.

 

종중·지역발전 공헌 공로

 

전남 구례군 광의면 대전리 상대부락 마을 안 경주 정씨 대전 종중 사당 앞에 지난 4월 공적비가 세워졌다. 이 작은 공적비가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명문이 새겨져 있어서가 아니다. 진정으로 감사하는 경주 정씨 종친과 주민들의 마음이 알알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살아있는 사람에게 공적비는 드문 일이다. 이 비문의 주인공은 현재 신당동에서 14년째 생활하고 있는 정명준(83) 옹.

 

"공적비는 내겐 너무 과분하다. 해 왔던 일에 비해 너무나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나이 25살, 어린 나이에 마을의 이장이 됐다. 6·25시절 국가의 부름을 받고 마을사람들이 징병이 된 터라 자연스레 그가 이장 직을 맡게 된 것. 70∼80년대 글을 잘 모르던 시절에는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마을공헌의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특히 정 씨는 마을 내 개발위원장을 20여년 동안 맡아오면서 지역 발전에 앞장섰다.

 

당시 새마을 사업 때문에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 도로확장 공사를 할 때에는 대지를 양보해달라고 주민들을 설득해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기도 했다.

 

"옛날에는 묘를 높은 지대에 많이 했어요. 그런데 묘를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정 옹은 선산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종중에 건의를 했다. 이에 타당성이 있어서였는지 종중은 수락했고, 묘를 도로 가까운 곳으로 이장을 했다. 그는 "종중을 모시는 데 사당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며" 또 다시 건의를 해서 지난 2003년에 1억4천여 만원을 들여 전국각지 종중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숙박 가능한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지역숙원사업에도 한 몫을 단단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의초등학교 육성회장을 맡을 당시, 학교시설 개선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학교 내에 운동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금을 받았다. 현금이 아닌 쌀, 보리 등을 수합해 판매한 돈으로 운동장 건립을 추진한 것. 또한,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광의면 주민들을 찾아가 얻은 성금을 통해 광의면사무소를 설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이에 대한 공헌으로 광의면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지역발전에 많은 공헌과 대전 문중 일에도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 앞장서온 공을 기린다"며 경주 정씨 대전 종중 공적비 건립추진 위원회는 지난 4월에 종중 사당 앞에 공적비를 세웠다. 봉사를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는 세속적인 질문에 "앞으로 몸이 허락한다면 국가를 위해, 종중을 위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한옥마을에서 짚·공예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짚을 엮어 과거시대의 물건을 만들고, 그 공예품은 전시·판매도 된다고 한다. 나이는 최고참인데 일하는 곳에서는 막내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