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나가면 물고기가 있고, 결혼을 앞두면 웨딩박람회가 있다. 결혼 준비라는 바다에 빠진 우리 커플도 이리저리 헤엄치다 결국 춘천 웨딩박람회라는 낚시터(?)에 걸려들었다. 사실 처음엔 “춘천까지 가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잘 다녀왔다. 생각보다 알차고, 사람도 북적이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이번 박람회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필요한 건 다 있었다. 스드메 업체부터 웨딩홀 상담, 예물, 한복, 심지어 신혼여행 상담 부스까지! 한 바퀴 돌고 나니 그냥 구경만 하려던 마음이 슬쩍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한 드레스샵에서 직접 피팅해볼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웨딩드레스 한 번 입어봤다고 분위기가 갑자기 화보 촬영장이 되었다. 셔터 누르는 우리 예비신랑 눈빛이 진심이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상담해주신 실장님들. 웨딩업계의 진정한 유머감각자들이랄까. 진지한 내용도 유쾌하게 설명해줘서 부담 없이 궁금한 걸 다 물어볼 수 있었다. 계약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없고, “이건 진짜 별로니까 다른 데 가보세요~”라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모습에 오히려 믿음이 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박람회를 통해 ‘우리 커플에게 맞는 결혼식 스타일’에 대한 감이 잡혔다는 점이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절대 알 수 없던 생생한 정보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춘천이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지만, 하루 데이트 겸 다녀오기엔 딱 좋다. 박람회 구경 끝나고 소양강 스카이워크도 걷고 닭갈비까지 먹으니, 웨딩 준비가 아니라 여행 온 기분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었다. 결혼 준비가 버겁게만 느껴진다면, 이렇게 유쾌하게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춘천 웨딩박람회? 가보길 참 잘했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