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인쇄 골목 깊숙한 곳,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원단 냄새가 섞인 작업장 안에서 한 장의 라벨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치밀하다.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인쇄 한길을 걸어온 김혁수 대표의 손끝에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라벨·특수 인쇄 전문기업 ㈜동명피앤에스(P&S)를 이끄는 김 대표는 지난 3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도전유망기업 100 인증에 선정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술력과 성장성, 도전정신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는 이 인증은 미래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현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속도와 유연성’이다. 동명피앤에스는 디지털 라벨 인쇄를 기반으로 소량 맞춤 제작부터 대량 생산까지 유연하게 대응한다. 특히 디지털 넘버링 인쇄 기술은 사이즈와 색상 제약 없이 다양한 데이터 인쇄를 구현할 수 있어 제조·유통 기업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작업대 한편에는 투명 스티커, 백색 인쇄 라벨, 금박·은박 특수 스티커 등 다양한 샘플이 정리돼 있다. 화장품, 식품, 전자제품, 주류 등 산업별 특성에 맞춘 라벨 제작 경험이 축적되면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졌다
창밖 나무 끝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작은 꽃봉오리들이 사랑스럽게 맺혀 따스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 꽃들이 만개할 때면 전국에서 화려한 꽃구경을 즐기는 인파들로 거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목전에 두고 문득 107년 전 한반도의 4월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졌다.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해 자주독립을 선언하고 이 땅의 온 민족이 궐기하여 만세운동이 일어난 후, 우리 민족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굳은 의지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 아래 임시정부를 세웠다. 4월 11일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 독립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1919년 4월, 상해 프랑스 조계지에 모인 의원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 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겠다는 우리 민족의 열망을 모아 역사적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공포했다. 임시헌장의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라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왕이 통치하는 시대, 제국의 시대를 끝내고 ‘민(民)’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임시정부는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활동했다
우리의 달력 속 날짜는 누구에게나 같은 숫자로 적혀 있지만, 그 하루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게 기억된다. 누군가에게 별다른 일이 없었던 날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생일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입학식이 있는 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다가올 특별한 날을 기다리고, 기념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2002년 6월 29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날은 손꼽아 기다려 온 생일이었고, 마침 대한민국과 터키의 한일 월드컵 3·4위 결정전이 열리는 날이었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가족들과 함께 거리 응원에 나서자 곳곳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응원 인파가 가득했고, 한여름 날씨보다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 촛불을 껐던 그 날의 풍경은 유년 시절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바로 그날은, 누군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슬픔의 날이기도 하였다. 역사의 달력은 그날을 ‘제2연평해전’이라고 부른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교전이 발생했고, 대한민국 해군 장병 여섯 명이 나라를 지키다 전사했다. 누군가에게는 생일로 기억되는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