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엔 임대주택, 공구거리엔 임대상가 건립

양동·수표구역 '선(先)이주 선(善)순환' 재개발 전국 최초 시행
공공임대주택 등 세입자 이주시설 건립 후 본 개발 추진, 갈등 ‘제로’
'선(先)이주 선(善)순환' 마법, 소통과 상생, 행정지원 민관협력 결정체

 

남대문 쪽방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될 공공임대주택과 청계천 공구 상인들이 이전할 공공임대상가가 중구에 건립된다.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개발로 인해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는, 이른바 '선(先)이주 선(善)순환'이 전국 최초로 적용된 관내 재개발사업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선이주 선순환이란 원주민이나 상인 등 세입자가 재정착할 시설을 사업지역 내에 먼저 조성해 이들을 이주시킨 다음, 기존 건축물들을 철거하고 개발을 시행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세입자 강제 이주에 따른 마찰을 해소할 수 있어 꾸준하게 도입이 시도됐으나 제대로 추진된 적은 없었다.


해당 사업지역은 남대문 쪽방촌이 있는 양동구역 제11・12지구와 청계천 공구거리로 불리던 수표구역이다. 모두 노후 도심 개선과 기능 회복을 위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으로 각각 지상 35층과 지상 23층 규모의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간 전례가 없었던 선이주 선순환 방식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에는 세입자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사업자의 상생 노력과 중구의 공격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양동구역 제11·12지구에는 쪽방 주민 178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당초 다른 지역에 거주시설을 확보해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대책을 세웠지만 이 지역에 계속 남고 싶은 당사자들은 물론 이주대상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며 백지화됐다.


중구와 사업자는 원점에서 다시 대안 마련에 나섰다. 선이주 선순환 방식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하는 한편, 주민 소통에 힘을 쏟았다. 실태조사와 면담, 이주대책 설명회, 물품 지원, 환경 관리 등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 결실로 현재 사업지구 내 지상 18층의 공공임대주택(182세대)과 복지시설이 건립 중이다. 공공건축물 기부채납 형식이며 공정률은 21%로 내년 10월 준공 목표다. 주민들이 새 건물로 이주를 마치면 쪽방은 철거되고 본 정비사업이 시작된다.


수표구역에는 1960년대부터 청계천을 중심으로 약 240곳의 영세 공구상이 밀집해 있었다. 이 지역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강력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수년간 반대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서울시가 도심산업 보전 정책까지 발표하면서 사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중구와 사업자는 산업 생태계 보전과 개발이 공존하는 선이주 선순환 방식을 채택했다. 정비사업 기간 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인근 을지로3가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유휴부지에 대체영업장 160곳을 설치해 공구상 등 옮겼다. 아울러 구역 내 전면 철거 대신 단계별 철거를 통해 상인들의 이주 시간을 확보했다.


역시 설명회와 간담회, 일대일 방문 등을 통해 개발에 대한 오해를 풀고 공구협회 행사 지원, 소상공인 임대료 감면 등으로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명도소송 등 세입자 이주와 관련한 분쟁은 없다. 


아울러 구는 인허가 기한 단축, 탄력적인 도로점용 허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했다. 


앞으로 수표구역 내에는 토지와 건축물 기부채납 형식으로 지상 8층의 공공임대상가(131실)가 들어선다. 대체영업장에 있는 상인들이 이곳에 입주하면 도심 전통산업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벌어지는 구역은 중구에만 26곳이다. 중구는 지난달 29일 정비사업 시행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두 사례를 공유하며 갈등 없는 개발사업 추진을 당부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양동구역와 수표구역는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와 개발이 지향하는 가치가 충돌 없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며 “두 사례를 발판 삼아 주민 상생형 개발이 정착되도록 신속하고 과감한 행정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