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쿨비즈 복장 정착 문화가 문제다

/입력 2013. 7. 24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거리의 패션도 반바지와 노타이 차림의 '쿨비즈'가 뜨고 있다. 쿨비즈란 시원하다(cool)와 업무(business)라는 합성어로 여름철에 재킷없이 넥타이를 매지 않는 간편한 차림을 말한다.

 

원자력발전소 부품 결함 비리 사건과 함께 원전 일부가 가동이 중단되면서 에너지난이 가중됨에 따라 '반바지 정책'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복장으로 근무하면 체온을 2℃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8일부터 에너지 절감문화 확산을 선도하고 개방적이며 유연한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반바지와 샌들착용을 허용하는 '수퍼 쿨비즈(Super Cool Biz)'를 시행키로 했다. 9일에는 안양시가 매주 수요일 반바지 복장 출근을 허용하는 등 에너지절약 지침을 마련했다. 충청북도도 이달부터 야간 근무자, 청소 용역, 휴일·현장 근무자, 재난상황실 등 24시간 근무자에게 반바지를 입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서울시가 2012년 '공무원 '쿨비즈 복장 지침'을 만들어 여름철(6월1일~9월21일)엔 반바지, 샌들 차림을 허용키로 하면서 찬반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전력난이 가중되면서 반바지가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1996년 만든 공무원 여름 간이복장 지침에서 노타이, 면바지 등을 허용했었고, 2004년 쿨비즈 운동을 처음 펼친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대부분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작년 6월 1일부터 공무원들에게 티셔츠, 운동화, 샌들까지 허용하는 '슈퍼 쿨비즈'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중구에서는 처음으로 장충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지난 15일부터 반바지 차림인 쿨 비즈를 착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병헌 드림하티 위원장이 공무원들이 하루 종일 땀 흘리면서 일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쿨비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원전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난이 부각돼 공공기관의 실내 최저 온도를 28도로 제한하면서 공무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쿨비즈'시행 이후에도 이들 공공기관의 평일 반바지 착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한전의 한 지방 지사에선 정책 시행이후 단 한명도 반바지를 입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직원들이 서로 눈치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화를 갑자기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여름 반바지 착용을 둘러싼 합리성과 문화 간 충돌이 있지만 그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정책 입안자가 앞장서지 않으면 정착하기 어렵다. 고대 그리이스, 중세 유럽에서 남자가 치마를 입어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처럼, 반바지 문화도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야 정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