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텅 빈 도화지 두 개가 만나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가 되는 일과 같습니다. 그 캔버스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는 순전히 두 사람의 몫이죠. 그림을 그리기 위한 최소한의 물감과 붓이 필요하듯, 우리의 '신혼집'이라는 캔버스에도 최소한의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바로 '가전'입니다.
문제는 이 도구들이 너무나도 화려하고 매혹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특히 대전웨딩박람회 같은 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의 소박했던 캔버스는 순식간에 루브르 박물관 부럽지 않은 명작들로 채워져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휩싸입니다. '있으면 좋은 것'과 '꼭 필요한 것'. 오늘날 예비부부에게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은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도 철학적인 첫 번째 관문일지 모릅니다.
일단 대전웨딩박람회의 가전 코너에 들어서면, 현실 감각은 잠시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내게 됩니다. 방금 스팀을 뿜으며 옷의 주름을 편 스타일러가 "저는 필수 가전입니다"라고 속삭이는 듯하고, 스스로 먼지를 비우고 물걸레까지 빠는 로봇 청소기는 "이거 없이 어떻게 바닥 청소하실 건데요?"라고 당당하게 외칩니다.
그뿐인가요. 와인 셀러, 식기세척기, 캡슐과 원두를 넘나드는 커피 머신까지. 이것들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의 수준을 넘어,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꿈꾸는 윤택한 신혼의 모습'이라며 강력하게 유혹합니다. 대전웨딩박람회는 그야말로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막연한 로망들을 눈앞의 '구매 가능 리스트'로 바꿔놓는 거대한 욕망의 전시장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유혹의 끝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의 통장 잔고와 예산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묻게 되죠. "근데 우리... 이게 정말 다 필요할까?"
이때부터 '꼭 필요한 것'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합의가 시작됩니다. 누군가에게는 TV가 '꼭 필요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태블릿 PC로 대체 가능한 '있으면 좋은 것'일 수 있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이견이 없는 '필수재'로 분류되지만, 건조기는 때로 격렬한 토론의 대상이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필수재'의 목록이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대전웨딩박람회에서 만난 많은 예비부부에게 '식기세척기'는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위한 '꼭 필요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경계가 가장 모호한 지점은 바로 이 '있으면 좋은 것'들입니다. 이 영역은 두 사람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나는 주말 아침의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가 중요해"라고 생각한다면 커피 머신은 '필수재'에 가까운 '있으면 좋은 것'이 됩니다. "퇴근 후 셔츠를 매번 다림질하는 시간을 아끼고 싶어"라는 데 합의한다면 스타일러에 과감히 투자하게 되죠.
대전웨딩박람회의 수많은 옵션 앞에서 우리는 '편리함', '시간 절약', '미적 만족감', '휴식' 등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에 가격표를 붙여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대전웨딩박람회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장소가 되는 순간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전웨딩박람회는 오히려 현명한 '필터'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서는 그저 '좋다더라' 하는 후기만 가득했던 제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우리 집 주방에 너무 큰데?", "이 기능은 우리가 거의 안 쓸 것 같아."
수많은 '있으면 좋은 것'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남들이 다 사니까 좋아 보였던 것인지 걸러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웨딩박람회는 예비부부에게 '과시용' 가전이 아닌 '생활용' 가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테스트 베드입니다. 저희 역시 대전웨딩박람회 현장에서 몇 가지 '있으면 좋은 것'들을 과감히 리스트에서 삭제했습니다.
결국 '있으면 좋은 것'과 '꼭 필요한 것'의 경계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롯이 두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 그리고 예산 안에서 결정되는 '철학'의 영역입니다.
우리의 캔버스를 값비싼 물감으로 빈틈없이 채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때로는 여백의 미가, 때로는 꼭 필요한 몇 가지 색의 조화가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대전웨딩박람회라는 거대한 욕망의 카탈로그를 함께 탐험하며, 우리는 '꼭 필요한 것'으로 기본을 다지고, 두 사람 모두가 동의하는 '있으면 좋은 것' 한두 가지로 우리만의 행복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가전 철학이 정립되었습니다. 집을 채우는 것은 가전제품이 아니라, 그 선택을 함께 고민하고 합의해나간 두 사람의 시간과 대화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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