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9만여 명이 이용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역. 1900년 경성역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른 서울역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식민지 수탈을 위해 열강에 의해 건설되었지만 6, 70년대 경제 성장기에는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상경한 사람들로 붐볐고, 명절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귀성전쟁을 벌이던 곳이다. 또한 1980년대에는 민주화 시위의 현장이 되기도 하였으니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의 추억을 간직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기억을 담고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역은 일제 침략기 독립운동의 현장이며 우리 민족의 저항정신을 극적으로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1919년 9월 2일 64세 노인 강우규는 새로 부임하는 총독 사이토가 서울역에 도착하는 때에 맞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일으켰다.
비록 강의사가 목적한 바인 총독 폭살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현장에 있던 일제관리 등 37명의 부상자를 내어 우리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평생 독립운동과 인재양성에 헌신하신 강우규 의사는 사형을 당하는 자리에서 아들에게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없음이 부끄러웠다. 내가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며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조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기뻐해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렇듯 강 의사의 강한 독립 의지가 실천된 서울역에 의거 92주년을 맞아 강 의사의 동상이 모셔졌다. 사이토 총독을 향해 폭탄을 던지기 위해 오른손에 폭탄을 꼭 쥔 거사 직전의 모습을 표현한 동상에서 힘차고 당당한 강우규 의사의 기백을 느낄 수 있다.
이로써 서울역 광장을 오가는 많은 시민들이 서울역이 갖고 있는 많은 역사적 사연 중 하나와 잠시나마 우리 민족이 암울했던 시기에 어둠을 깨는 천둥 번개 같은 거사를 일으키신 강 의사를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