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부문 대상 '트랩'
40개국 171편 상영, 총 88회 매진…좌석점유율 84%,
9일간 감동의 파노라마…국내외 스타 총 출동 인기반영
지난 3일 개막해 9일간의 감동의 파노라마를 선사한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이하 충무로영화제)의 열기도 점점 사그라지면서 지난 11일 폐막을 선언했다.
올해 충무로영화제는 국제경쟁부문 등 새로운 섹션이 신설되면서 40개국 171편의 영화가 상영돼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83.4%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올드 스타와 뉴 스타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의 호평을 받았으며 해외게스트들의 출연도 충무로영화제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영화와 축제가 어우러진 그 감동의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제2회 충무로영화제를 총 결산했다.
◈ 국제경쟁부문 대상 ‘트랩’, 고전ㆍ신작 영화 두루 인기몰이
올해 충무로영화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제경쟁부문의 등장으로 미래의 고전을 발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섹션은 존경 받는 거장에서 막 데뷔한 신인까지, 중심에서 변방까지 아우르며 절충적인 프로그램을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장 마이클 치미노 감독을 비롯해 테라와키 켄, 임상수 감독, 리제 벨링크, 김영으로 이루어진 다섯 명의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대상은 ‘트랩’이 차지했다.
세르비아에서 펼쳐지는 느와르 형식의 현대판 ‘죄와 벌’이라 할 수 있는 세르비아와 독일, 헝가리 3국 합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폐막작으로 상영되면서 이번 영화제의 정체성과 수준을 대변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스노우’, 올해의 발견상은 ‘행복’, 관객들이 직접 선정한 관객상은 ‘매드 디텍티브’가 선정됐다.
총 11개 섹션으로 (메인 7개, 특별 3개, 경쟁 1개)구성된 이번 영화제는 40개국 171편이 상영됐다. 총 7만5천여 좌석 중 6만2천596여석이 판매돼 전년대비 5.4% 상승한 83.4%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34회보다 2배 이상 증가한 88회가 매진되면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짐을 알 수 있다.
관객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성원을 받았던 인기 작품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 ‘닥터 지바고’, ‘음표와 다시마’, ‘베를린 천사의 시’, ‘매드 디텍티브’,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 ‘모모’, ‘나는, 인어공주’, ‘아라비아의 로렌스’, ‘바그다드 카페:뉴 디렉터스컷’등 고전과 신작들을 포함해 지난해보다 더욱 다양해진 장르의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 국내ㆍ외 인기 스타들의 방문으로 더욱 화려해진 영화제 실감케
영화제 기간동안 많은 국내ㆍ외 스타들이 충무로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특히 개막식 행사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에서는 원로배우 황정순 김희라 엄앵란 윤일봉, 영화감독 유현목 임권택등은 물론 장동건 이미연 최수종 하희라 채시라 김정은 박상면 하지원 오정혜 엄지원 김석훈 이종혁 김민준 등의 젊은 배우와 신애 소녀시대 이경실 강호동 이영자 등이 자리를 함께 해 한국 영화계의 중흥을 한 눈에 보여줬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히구치 신지 감독을 비롯해 영화계 특수효과 분야의 거장 더글라스 트럼블, ‘까르뜨 블랑슈’ 섹션의 객원프로그래머인 배우 양채니, ‘매드 디텍티브’의 위가휘 감독과 배우 유청운, ‘음표와 다시마’의 여배우 이케와키 치즈루, 이노우에 하루오 감독, ‘푸른 이끼’의 곽자건 감독, 배우 여문락, 선색려 등이 충무로를 찾아 관객들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폐막식 레드카펫에 우아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양채니는 국제경쟁부문 관객상 시상을 맡아 또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외에도 칸 감독주간 집행위원장인 ‘올리비에 페레’등 해외 게스트들은 영화제를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무성영화 음악가인 ‘데니스 제임스’와 ‘귄터 부흐발드’도 한국을 방문해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했다.
임권택 감독과 배우 장동건이 관객들과 만나는 소통의 시간도 매우 유익했다.
임권택 감독은 지난 7일 관객과의 만남에서 70년대 미국 영화를 표방한 영화들이 대부분이던 시절, 진정한 한국적인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78년 ‘족보’를 제작했다고 밝히며 이번 충무로영화제를 통해 20년만에 다시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돼 감회가 새롭다는 말도 덧붙였다.
환경영화 ‘지구’의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장동건도 충무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지난 6일 대한극장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230명과 환경에 대한 뜻깊은 대화를 나눴다.
장동건은 “환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린이들보다는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며 “여러분들은 전기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 ‘까르뜨 블랑슈’의 객원 프로그래머인 배창호 감독, 배우 이범수, 가수 스윗소로우 등도 자신들이 선택한 영화에 대해 관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임권택, 허진호, 장윤현, 임상수 감독과 배우 강수연도 충무로를 찾아 관객들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했다.
2세 영화인들의 초청으로 진행된 ‘한국 영화인의 밤’에도 여러 국내 영화인들이 참여해 한국영화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세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의 산 증인인 원로 영화인 12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는 영화감독 유현목 임권택 정진우 이두용, 배우 신영균 남궁원 윤일봉 황정순 윤양하 최은희, 영화제작자 도동환 한갑진이 수상했다.
◈ 200만명 시민과 관객 참여로 ‘영화 같은 축제, 축제 같은 영화’ 지향
충무로영화제의 또 다른 묘미인 기획ㆍ야외 행사들은 충무로의 가을밤을 음악과 영화의 향연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한옥마을에서 진행된 CHIFFS 콘서트에는 이은미, 정재형, 이병우, 전제덕, 언니네 이발관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주옥 같은 음악으로 매일 밤 충무로의 하늘을 수놓았다.
특히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총 연출을 맡고 배우 조희봉이 변사를, 음악감독 박천휘가 영화 음악을 맡은 ‘청춘의 십자로’ 공연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이번 영화제의 인기공연으로 떠올랐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야외 영화 상영에는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뜨거운 것이 좋아’를 비롯해 ‘사랑은 비를 타고’, ‘오즈의 마법사’등 가족이 다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돼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한 충무로예술인의 거리에서는 충무로 난장이 펼쳐져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하루 동안 총 24만명의 시민들의 참여 속에 코스프레 경연대회, CHIFFS 옥션, 추억의 극장간판 전시, 영화 소품 체험 등이 진행됐다.
코스프레 경연대회에서는 ‘스위니토드’팀이 1위를, 2위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놈놈놈)’팀이 3위는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베트맨 팀’이 수상했으며 아이돌 그룹 빅뱅을 연상케하는 막강한 실력을 갖춘 코스프레 ‘빅뱅’ 팀의 공연으로 관객들의 환호성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하이라이트인 ‘쑈쑈쑈! 난장 콘서트’에는 소녀시대, 부가킹즈, 리쌍 등의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넣었다.
시민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기 위해 마련된 기획행사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게스트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가 관여하고 제작했던 주요 영화들의 영상과 트럼블의 작품세계와 기술 발전에 대한 열정을 돌아보게 한 ‘매스터 클래스:더글라스 트럼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의 저자로 알려진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가 아시아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둘러싼 역학관계와 그 장단점을 논의한 ‘리메이크 게임:할리우드와 아시아, 그 문화교류의 역학관계’, 독일 영화의 과거와 현재의 흐름, 미래에 대한 독일 영화인의 시각까지 볼 수 있는 ‘독일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무성영화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준 ‘무성영화 음악 작곡의 모든 것’, 새로운 소재와 시도로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은 장선우 감독이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자리 ‘장선우-대화’등의 기획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또한 영화제 사전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CHIFFS 영화음악가 공모전’에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영화음악가를 발굴해 신인 영화음악가로 데뷔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 고전영화 포스터전’은 한국영화에 대한 다양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