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1동 주민자치센터 하모니카 교실 수강생들이 하모니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우리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
폐활량 좋아져 음악치료에도 인기
한 겨울 추운 날씨와 각박한 세상인심 탓에 마음속까지 추위가 느껴지는 요즘, 하모니카를 배우며 그리운 옛 기억도 꺼내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돈독한 추억까지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매주 월요일 오후 4시∼5시, 5시∼6시 신당1동 주민자치센터 2층 문화사랑방에 가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수업 시간이 임박해질 때쯤, 호주머니에 하모니카를 찔러 넣고 두툼한 악보를 옆에 낀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부터 70세가 넘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고, 수강생들의 하모니카 연주를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바이올린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으면 오르간 소리 같기도 해 마치 합주를 듣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음을 지니고 있는 하모니카는 피아노처럼 멜로디와 반주를 동시에 연주할 수도 있고 주법도 40여 가지나 돼 악기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하모니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정순 강사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하모니카의 매력에 빠져 취미로 배우곤 하던 것이 지금은 전문 강사로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보통 간단한 곡 정도는 1개월이면 마스터 가능하지만 정식으로 하모니카를 배우고자 한다면 최소 몇 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하모니카지만 그만큼 한 곡 한 곡을 마스터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강사도 수강생도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또, 이 강사는 자신의 아들, 딸 같은 수강생이든 부모님처럼 나이 지긋한 수강생이든 가리지 않고 작은 실수라도 그냥 넘기는 법 없이 철저하고 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렇듯 철저한 수업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이 강사의 하모니카 사랑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수강생들은 "우리 선생님처럼 열성으로 개인별 맞춤지도를 해주는 사람도 없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스승과 제자는 닮아간다고 했던가. 수업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학구열 또한 이 강사의 교육열 못지않다.
하모니카 수업을 벌써 5년 째 듣고 있다는 이건정(76세)할머니는 "수업이 있는 날은 보통 약속을 잡지 않지만, 여행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수업을 빠질 때는 다음 수업 때까지 하모니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서 하모니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또, 5년 째 하모니카를 배우다 보니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엉터리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스승과 제자의 이러한 하모니카 사랑은 각종 대회에서의 입상으로까지 이어졌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큐릭스 방송과 각종 지역 축제 등에서 수차례 공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 이 강사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하모니카하면 멋 내기 위한 도구 정도로만 인식할 뿐, 악기로서의 하모니카의 위치는 낮다"며 "폐활량도 좋아지고, 정서적 안정도 가져다줘 일본에서는 음악치료에도 사용하고 있는 이 악기를 더 많은 학생들이 배우고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