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축구회 회원들이 지난 10일 시무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우승보다 페어플레이 중심 돼야
중구민의 전용축구장 설립 시급
지난 4일 내린 폭설로 전국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뒤 제설 작업 또한 부지런히 펼쳐졌다. 만만치 않은 양의 눈이 내린 중구 만리동2가에 위치한 손기정 체육공원 축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아침 축구장을 누비며 연습 경기를 하던 중림축구회(회장 이광철)는 어느 날 아침 어마어마한 눈이 쌓인 것을 보고 당장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평일 7~8시, 주말 8~12시) 축구 경기를 하던 버릇이 있어 빨리 눈을 치워버리고 경기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림축구회에 입회한 지 10년이 넘은 이광철(45) 회장은 현재 6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지난해 11월 제27회 중구연합회장기 축구대회에서 청년부 준우승을 이끌어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뛴 덕분이죠. 매일 아침 연습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팀의 단합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림축구회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선후배간의 우애와 협력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8년 4월 제28회 중구청장기 축구대회에서 중림축구회는 다른 팀을 제치고 당당히 페어플레이상을 받기도 했다.
이는 초대 회장인 김인규(72)씨가 회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함과 동시에 권오균(청년부)·이용기(장년부)·고인호(노년부)씨 등 실력 있는 회원들이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10년 넘게 중림축구회에서 뛰고 있다는 김종렬(45) 총무는 회원들의 단합을 위해 팀 내에 엄격한 룰이 있다고 귀띔했다.
“만약 회원들끼리 싸우기라도 한다면 당장 퇴출감이죠. 이제까지 단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축구회의 발전을 거스르는 불필요한 다툼은 앞으로도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운동장을 누비고 있는 회원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회원이나 표정은 모두 한결같다.
손기정 체육공원의 축구장은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실시한 ‘2009년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사업’의 인조 잔디 시설 개선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현재 운동장 상태가 단연 으뜸이다.
“축구장 상태가 좋아서 경기를 하면서도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요. 전반전 끝나고 쉴 때도 다들 운동장에 주저앉아서 쉬지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아요.”
92년도에 입회해 8년째 함께하고 있는 회원 김산웅(65)씨는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었다.
“일단 젊은 선수들이 체력으로 받쳐주고 있고 예의바르게 선배를 대하니, 노장들이 열심히 안할 수가 없어요. 지난 해 철원으로 야유회를 가서도 단 한번의 의견 충돌 없이 더 돈독해져서 돌아왔어요.”
이렇듯 안팎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림축구회에 김완철 임태군 송영민씨 등 10여명의 신규 회원이 입회해 앞으로의 더 큰 성장이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중구축구회를 비롯한 중구축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용축구장 건립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중구에 축구회가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좀 더 자부심을 갖고 축구를 하기 위해서, 또 타 구에 뒤지지 않는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구민을 위한 전용축구장 건립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중림축구회의 지치지 않는 열정은 두텁게 쌓인 눈을 녹일 만큼 강렬했으며, 회원들은 2010년도에 펼쳐질 각종 대회에서의 승리와 단합을 다짐하며 뛰고 또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