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축구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선후배간 ‘상경하애’ 정신 투철
철거위기 축구사무실 대책필요
벌써 30년, 정확히는 32년째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사회에서 인정받는 어엿한 성인이다.
1977년 4월 20일 중구에서 활동을 시작한 청구축구회(회장 이경우)는 30년간의 노하우로 똘똘 뭉친 베테랑 축구동호회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새벽 6시가 되면 선수들이 청구초등학교 운동장에 나와 몸을 풀고 연습을 한다.
노·장·청년부로 구성된 이 축구회는 오래된 역사만큼 선수들이 청년부에서 장년부로, 장년부에서 노년부로 이동하며 팀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김유성 명예회장, 김창용·안성대·이종삼 고문처럼 초창기부터 팀을 이끌어 온 7~8명의 원로 선수들이 포진해 있고, 그 아래로 선배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건강하고 든든한 후배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는 청구 축구회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작년 5월 제28회 중구청장기 축구대회에서 청년부·노년부 2위, 작년 10월 제26회 중구연합회장기 축구대회 청년부 우승, 노년부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선후배간 끈끈한 유대와 꾸준한 공경과 사랑, 즉 ‘상경하애(上敬下愛)’ 덕분이다.
장년부 선수로 활약하면서 청구축구회를 이끌고 있는 이경우 회장은 가장 큰 장점을 ‘화합’으로 꼽는다.
“청구축구회의 구호는 화합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서로 화합하면서 돕고 형제처럼 의지하면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노력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토록 끈끈한 화합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청구축구회에 입회하려면 운동 실력이나 기량도 물론 뛰어나야 하지만 성실함과 인간성을 우선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1999년 10월부터 팀을 맡은 소순삼 감독은 “지금처럼 선수들의 협조와 임원들의 솔선수범이 계속된다면 청구축구회가 더욱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ㆍ”라고 말하며 팀과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여느 팀이나 그렇듯, 이 동호회에도 히든카드는 존재하고 있었다. 청년부 김일권·김영수 회원, 노년부 고광재 회원은 매번 팀의 승리를 이끄는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선수출신인 고광재 회원은 5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운동을 해오고 있어 30대의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고 선수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센스를 동료와 후배들에게 전수하면서 팀 내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축구회에서 중요한 뿌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노년부에 대해 최성수 총무는 “선배님들이 닦아놓은 터를 후배들이 보존하고 한층 더 발전시켜야겠지요. 그래서 70세가 돼서도 노년부에서 신나게 뛸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완벽할 줄만 알았던 청구축구회에도 어려움이 있다. 청구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사무실이 학교측에 의해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학교입장에서는 학생들이 활동하기에 미관상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지만, 회원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청구축구회 선수들은 자신들의 이익은 뒤로 한 채 중구 축구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김영수 이사는 유·청소년 축구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 중구에서 유·청소년의 축구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큰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그 선수들이 나중에 관내 축구회에서 선수로 활약하면서 중구 축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조석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후배간 화합과 사랑, 배려로 운동장을 온기로 채우고 있는 청구축구회 선수들. 이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본다.